안녕하세요!
저 또한 다른 분들처럼 이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 다른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심정에서 후기를 남깁니다.
사실 어제 수술을 하고 온지라 아직도 마음이 좋지 않은 상태예요.
몸과 마음이 언제쯤 완전하게 괜찮아질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수술이 잘 끝나서 걱정과 두려움에선 벗어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워낙 생리가 불규칙한 편이라(두세 달씩 안한 적이 빈번함) 임신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냄새에 민감해지고, 속이 좋지 않을 때가 많고, 가슴이 커지고, 음식 기호가 바뀌는 등 지금 생각해보면 임신 증상이 꽤 있었어요.
또, 임신이면 착상혈도 보여야하고 입덧도 하는 걸로 아는데 그런 증상은 없었기에 더욱더 임신은 아닌 걸로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생리를 오랜 기간 안하기도 했고, 이번엔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서 그제 아침 소변으로 바로 임테기를 해보았답니다.
하자마자 바로 두 줄이 뜨더라구요.
오래된 임테기라 그런 건 아닐까 싶어서 급히 남자친구에게 임테기를 사와달랬고, 그걸로 다시 해보아도 두 줄이 떴어요.
피임을 한다지만 어쩔 수 없이 임신에 대한 걱정은 많이 해왔고, 관련 내용들을 인터넷으로 많이 찾아본 적은 있지만 막상 내가 임신이라니 믿기지가 않더라구요.
저는 부산에 거주하고 있다보니 인터넷으로 부산 병원을 찾아보았어요.
그런데 사실 실제 후기 보다는 광고가 너무 많더라구요.
그러다가 토닥톡을 알게 됐고, 가입을 해서 수술 후기도 읽고 괜찮은 병원에 대한 질문 글을 올리니 한 분이 댓글을 남겨 주셨어요.
추천 이유가 되게 구체적이었고 중절 수술로 많이들 찾으시는 병원 같았고, 더는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아서 저는 바로 그 병원으로 갔답니다.
비록 창원이었지만 차로 약 5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아서 다녀왔어요.
미리 전화로 상담을 하고 내원해서 진료를 봤어요.
8주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초음파 결과 12주라는 조금은 큰 주수가 나오더라구요.
초음파를 보고 원장님과 상담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수술 진행 방법, 비용, 부작용, 주의사항 등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셨어요.
(아 그리고 저는 혹시나 당일 수술이 될 수도 있으니까 6시간 금식을 지키고 갔습니다.)
오후 3시에 진료를 봤는데 오늘은 자궁 문을 여는 시술이 가능하다더라구요.
아무래도 자궁에 기구를 집어넣어야 하니까 자궁 문이 열려야 수술을 할 수 있는데, 자궁(경부)이 사람마다 다르다보니
시술 한 번만에 문이 잘 열려서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고 많게는 세 번까지 시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시술 한 번 하면 최소 4-5시간 이상(병원마다 상이할 수 있음)은 기다려야하더라구요.
저는 금식을 한 상태라 근처에서 밥 먹고 좀 쉬다가 오후 5시 반에 시술을 진행했어요.
자궁을 넓혀주는 도구인 '라미나리아'를 시술 받았는데 모든 과정 통틀어서 제일 고통스러웠던 것 같아요ㅠㅠ
라미나리아 시술을 받자마자 심한 생리통? 같은 통증이 느껴졌고, 시술 받고 약 한 시간 정도가 지나니 미칠 것 같더라구요.
수술 일정이랑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저는 근처에 숙소를 잡아놨었어요.
병원과 숙소는 도보로 5분 정도의 거리였는데, 라미나리아를 하면 아프기도 아프고 배에 힘도 주면 안되니까 그 거리도 걷기 힘들었습니다ㅠㅠ
저녁부터 밤새 통증이 너무 심해서 생리통 약을 시간별로 총 3알 먹었는데도 효과가 없었어요. 잠도 자기 힘들더라구요.
이게 아픈 이유가 라미나리아(해초류 같은 건데 시술할 때 자궁 구멍에 넣어요.
자궁 상태에 따라 다른데 저는 4개 넣었어요.)가 자궁에서 수분을 흡수하면서 자궁 문을 넓혀주는 원리인데, 자궁 문이 열리는 게 엄청 아픈 과정이래요.
보통 5시간 정도면 라미나리아가 다 불어서 자궁 문을 넓혀준다고 하는데, 확실히 저도 6-7시간 정도 지나니까 덜 아파서 겨우 잠들 수 있었어요.
아침 9시가 되자마자 병원에 가서 자궁 문이 얼마나 열렸는지 확인을 해보았어요.
저는 자궁 경부도 짧고, 자궁도 작은 편이라 한 번의 시술 만으로도 충분히 자궁 문이 열렸다더라구요.
처음 상담할 때 원장님이 자궁 문 열리는 경과보고 시술을 2-3번 하고 다음 날 오후쯤이나 다다음날 오전에 수술이 가능할 것 같다고 하셨는데,
저는 운 좋게 한 번의 라미나리아 시술만으로 수술이 가능했어요.
사실 라미나리아가 너무 아파서 또 그 시술을 해야한다라는 생각에 아침에 병원 가기가 너무 싫었기에,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ㅠㅠ
자궁 문 열린 걸 확인하고 바로 수술을 진행했어요.
수술대(그냥 산부인과 진료 의자랑 같은 의자에 누워서 진행해요. 다만 수술을 하는 곳이다보니 개인적으로 진료실 보다는 넓고 긴장되는 분위기 였어요.)에 누워서 영양제 수액을 먼저 맞고, 수면 마취제를 투여했어요. (아 그리고 10만원 주고 추가한 유착방지제는 수술이 끝나면 넣는데 그때는 보통 수면 마취 상태라 환자에게 보여줄 수가 없으니까 마취 전에 포장지(비닐커버) 뜯는 걸 다 보여주셨어요.)
이후에 1부터 30까지 세라고 하시는데 5정도까지 세니 정신이 몽롱해지더라구요.
100프로 수면 상태는 아니었고, 한 70프로 정도였던 것 같아요.
수술하면서 수술 도구 소리나 간호사분이 배 누르는 느낌, 중간중간 아픈 느낌은 다 나더라구요.
수술은 10분 내로 진행됐고, 저는 주수가 큰데 비해 피도 많이 안나오고 깔끔하게 흔적도 안 남게 잘 제거됐다고 비교적 수월하게 수술이 잘 끝났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말을 들으니 상담+시술+수술까지 하루도 채 걸리지 않은 22시간이었지만, 드디어 끝났다라는 생각과 안도감이 몰려왔어요.
수술 후 옆 회복실에서 큰 패드를 깔고(피가 계속 나오니까) 영양제 수액 남은 걸 맞았어요.
수액을 다 맞고(20분 정도) 간호사분께서 압박 붕대로 가슴 압박하는 법을 알려주셨어요.
주수가 저보다 작으신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제 주수(12주) 기준으로는 수술 이후에 가슴도 압박해야하나보더라구요ㅠㅠ 모유가 돈다고.. 모유가 돌면 가슴도 쳐진다고 2주 정도 압박 붕대를 감고 생활해야한대요.
제가 약국에서 미리 사둔 6인치 압박 붕대를 가지고 간호사 분께서 어떻게 감는지 알려주시고, 감아주셨어요.
혼자 붕대 감는 게 꽤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생각보다 너무 답답해서 이거 2주 하는 것도 힘든 일이 될 것 같더라구요ㅠㅠ
그래도 여차저차 큰 과정들을 다 끝내고 집으로 잘 돌아왔습니다ㅠㅠ
(** 수술 비용은 12주수 기준으로 영양제 포함 150만원 + 유착방지제 10만원해서 총 160만원 들었어요! 기록 안 남아야해서 현금가입니다. 카드는 훨씬 비쌀 거에요.)
수술이 끝나고 원장님과 잠시 상담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때 시기별로 가야하는 병원과 해야하는 검사 등에 대해 문자와 함께 구두로 안내해주셨어요.
추가적으로, 다른 병원 가서 진료볼때 임신중절 수술했다는 티가 안나게 어떻게 말하면서 진료를 봐야하는지까지 정말 세세하게 잘 알려주셨어요.
수술이 잘 끝나서 원장님과 저 둘 다 가볍게 농담도 하고 웃고 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답니다.
짧지만 정말 긴 하루였어요.
수술이 끝났지만 이게 끝이 아니더라구요. 사실상 생리가 다시 시작되어야만 몸이 거의 회복되었다고 할 수 있대요.
저는 12주수였기에 두 달 정도 뒤에 생리가 시작될거라고 하셨어요.
그때까지는 주의사항 잘 지켜가며, 다른 병원에서 진료도 보고 약도 처방 받고, 다시 여기 산부인과 와서 검사도 하고, 임테기도 중간중간 해봐야해요ㅠㅠ(수술 이후에도 태반이 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두 줄이 뜬대요.)
아직까지 두 달 정도 이래저래 더 고생해야할 것 같지만, 그래도 몸 관리 철저히 하고 힘내보려구요!
이번 일을 통해서 사실 임신중절수술이라는게 제 일이 아니었을 때는 먼 일로만 느껴졌는데, 절대 남일만은 아니겠다라는 걸 느꼈어요ㅠㅠ
임신중절 합법화도 시행된지 얼마 안 되었고, 그만큼 사회적 분위기가 임신중절에 있어서 좋지 않은 시선과 관념이 뚜렷하니까 괜히 좀 더 죄책감? 해선 안될 일을 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전 조금 더 들더라구요.
그런데 혹시나 수술을 앞두신 분들이 계시다면 그런 생각을 계속해서 본인 스스로를 갉아먹지 않았음 좋겠어요.
임신중절 이후 몸도 몸이지만 우울증을 앓으시는 분들도 많다고 하던데, 왜그런지는 대충 알 것 같았어요.
위에서 언급한 점도 그렇고, 또 내 아기를 보냈다는 그런 생각이 계속 들지는 않는데 일상 속에서 불쑥불쑥 떠오르더라구요.
저는 사실 일찍 결혼을 하고 싶었고, 제 아기도 얼른 보고싶었는데 이렇게 잠시 만났다가 보낸 게 참 마음이 안 좋았어요.
처음에 초음파 진료를 볼 때 초음파 사진이 나오는데 보통 안 보여주세요. 그런데 어쩌다가 저는 빛에 비춰져서 사진 뒷면을 봤는데 그게 여파가 크더라구요.
그러니까 괜히 임신 12주 아기 이런 거 찾아보고, 또 별별 것들을 연관지어 검색하게 되고 그랬어요.
이것도 나를 갉아먹는 거구나 싶어서 이제는 안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ㅠㅠ
저 스스로 얼른 자리잡아서 나중에 떳떳한 엄마로 아기를 만나야겠다라는 생각을 되새기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살아가보려구요!
이번 일을 통해 어떻게보면 여러모로 또 한 번 삶에 있어서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그냥 그렇게 좋게 생각하려구요.
수술을 앞두신 분들, 수술을 하신 분들 모두 스스로 몸, 마음 관리 잘하시구 앞으로는 더욱더 조심하기로 해요 우리!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나날들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