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수술하고 집 왔는데 혼자 모든걸 감당한게 서럽기도 하고 혼자 해냈다 싶어 대견하기도 하고 어디 말할 곳도 없어서 후기글 쓸 생각 없었는데 침대에서 써봅니다..
마지막 생리는 4월 이었어요
6월 부터 헛구역질, 무기력증,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 냄새도 싫어지고 그랬는데 제가 전에 우울증 경력이 있어서 그냥 또 정신적인 아픔이 몰려왔구나 생각했습니다.
몇 달 동안 이주에 한 번, 필요한 일 있을 때만 나가고 거의 매일 집에 누워만 있었어요.
내가 누워만 있어서 우울증이 온 건지, 우울증 때문에 누워만 있게 된건지 분간도 안가는 수준이 됐었습니다.
최근까지도 임신은 아예 생각도 못하고 있었구요.
제가 마른 편이고 아랫뱃살만 있는데 그저께 갑자기 거울을 보는데 평소와 같은 뱃살이 아니라는게 뭔가 감? 촉? 으로 온 것 같습니다.
뱃살 쪘다는 느낌이 아니라 부자연스럽게 튀어나온 듯한 느낌이었어요. 아침에 약국가서 테스트기 사올 생각으로 밤새 아니겠지 부정하며 잠도 못 잤습니다.
속으론 이미 알고 있었어요. 사자마자 해본 결과 두 줄 떴고 바로 병원에 갔습니다.
지도에 산부인과라고 치고 집이랑 제일 가까운 곳들 중에서 후기가 제일 많은 곳으로 그냥 갔어요.
피검사 초음파 검사 했는데 13주차 5일 이래요. 보고싶지 않아 고개를 돌리고 있었는데 의자에서 내려오다가 정지된 마지막 화면과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그때까진 부모님께 절대 못 말하니까 빨리 어캐든 해결하고 싶단 생각 뿐이었는데 마주치니까 그때부터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아무튼 검사 후 바로 다음 날(오늘)로 수술하기로 상담했습니다.
오늘 등원했는데 1차 라미 > 2차 라미 > 수액 맞기 > 수면마취 후 수술 이렇게 했어요.
라미나리아 라는걸 인생에서 어제 처음 알게됐는데 진짜 이게 너무 아파요. 생리통과 비슷하면서도 자궁 안 쪽 깊숙하게 막대를 찔러넣는 느낌입니다.
정말 불편하고 불쾌하고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류의 감각이랄까...
넣고 나면 생리통과 비슷하게 뻐근하고 진통제 안 먹었을 때의 생리통 같습니다.
저는 전 날 라미나리아 라는 것에 대해 검색하고 어떤 원리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정확히 어디에 넣는 것인지 다 알고 가서 아예 모른 채로 두려워하는 것보단 개인적으로 덜 무서웠어요.
1차로 넣고 난 뒤, 2시간 반 정도 누워있다가 2차로 더 넣습니다.
이게 너무 싫어서 2차 넣는 시간이 안 오기를 빌었던거 같아요.. 이무튼 2차 후 2시간 누워있다가 수면마취하고 수술했습니다.
수면마취 약 넣는 다는 말 후 15초 정도 뒤부터 기억이 없고 어떻게 깼는지 모르게 그냥 눈이 떠졌는데 끝나 있었습니다.
아무런 통증도 없고 아까 라미 넣고 있을 때의 고통도 없고 모든게 평온했습니다.
몇 시간 동안 좌절, 죄책감, 고통, 불안함, 서러움 등등 끙끙대며 견디는거 외에 할 수 없다가 갑자기 모든게 싹 없어지니까 안도감과 함께 마음이 한결 괜찮아졌습니다.
지금은 수술 끝난 지 2시간 됐는데 진통제 약발이 끝나면 아플 수 있으니까 평소 먹던 생리통약 복용하면 된다고 하셨는데 아직도 통증은 하나도 없고 출혈은 생리하는 거처럼 있어요.
내일 소독이랑 초음파 검사하러 다시 내원하기로 했네요.
처음 병원간 날 수술잡고 집 와서랑 오늘 라미 넣고 누워있는 동안 후기톡 거의 모든 글들 보면서 안심하려고 노력하고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도움이 됐었어서 저도 글 남깁니다.
보호자 동행 없이 전부 진행했고 집도 혼자 잘 와서 누군가와 동행하는게 필수는 아닌거 같아요.
잠깐잠깐 옆에 누가 지키고 있어줬으면 좋겠다 생각든거 빼고는 아파할 때 누가 옆에 있는걸 더 안좋아하는 성격이라 오히려 회복실에 혼자 있던게 편하기도 했네요.
궁금하신거 있으시면 답해드릴게요. 제가 겪었던 일을 그냥 기억에서 지우고 싶어서 앱은 일주일 이내로 지우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