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늘 수술하고 온 30대 후반, 기혼자입니다

akzkfhd
3 년전
오늘 수술하고 온 30대 후반, 기혼자입니다

인생에 큰 일을 겪고 생각을 정리하고자 글을 써봅니다 좀 긴글이 될 수 있어요

1.임신 확인 후 결정까지
생리할 때가 됐는데 하지는 않고 아랫배가 계속 아팠어요 임신 초기증상을 살펴봤는데 제 증상과 같더라고요 그래서 예정일 2-3일 후에 임테기 사서 해보니 선명한 두줄이 나왔어요
지나고 나서 보니 임테기 확인 1주일 전에 코로나 증상처럼 무기력하고 입맛 뚝 떨어지고 37.5도의 미온이 지속되었는데 이게 임신 증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전 솔직히 코로나 확진 됐을때보다 덜 놀라긴 했어요 몸 상태보면서 어느 정도 예상했고 전 아이 나을 생각이 없어서 예전부터 이런 일이 생기면 수술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남편은 달랐어요 낳자고 하더라구요 남편과 3일 정도 대화하면 결정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남편은 나름대로 제 입장을 이해하려고 임신과 출산, 육아하는 여성들의 삶을 많이 찾아보고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수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때 제가 많이 힘들었던건 주변에 수술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다 미혼일때였고 기혼인 친구들은 계획에 없이 임신을 해도 아이를 낳거나 아니면 아예 딩크라서 정관수술한 친구들 이었어요 그런데 전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지만 남편이 40살까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해서 루프시술을 미룬 상황이어서 그 사이에 사고가 났다고 생각했죠
주변에 불임으로 고생하는 친구들도 많아서 괜히 미안하고 죄를 짓는 기분이었고,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는 제 마음을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외로웠어요
그런데 미혼보다 기혼여성의 중절수술이 더 많다는 기사를 보며 다들 말을 못할 뿐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남편까지 중절수술에 동의하고 나니 그 다음부터 마음이 힘든 일은 별로 없었어요

2.병원 첫 진료
병원은 주변에 출산하신 분이 강동구 쪽에서 크고 친절하다고 말씀하시는 병원으로 갔어요 소문대로 정말 발렛해주시는 분들부터 간호사, 의사 모두 다 친절해서 좋았어요 특히 초음파 보는 의자에 열선이 들어와서 따뜻하더라구요 전에 생리통이 심해서 산부인과 진료를 다른 곳에서 받은 적 있는데 그때 불편하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는데 여긴 그런 것이 전혀 없었어요
의사선생님이 수술할거 모르셔서 심장소리 들려주시고 사진도 출력하시면서 얼마나 축하를 해주셨는지 몰라요 그때 저도 모르게 엉엉 울었어요
남편은 제가 아기한테 미안해서 그런줄 알았지만 실은 남들은 축하받는 이 일이 나에겐 고통일 뿐이라는 생각에 난처하고 속상해서 눈물이 났어요
그때 의사선생님과 간호사 분이 오히려 위로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의사샘이 수술이 많으셔서 4일 뒤로 수술 예약했습니다
임신은 6주가 되었고, 수술비는 영양제, 유착방지하는 약 포함에서 70만원대 카드 결제했어요

3.수술 전 후
자궁 열리는 약을 수술 2시간 전에 먹고 생리통 만큼 아팠어요 오한이 있어서 긴팔 긴바지에 외투까지 챙겨갔어요 병원 도착해서 수술실 올라가는 길에는 하혈이 좀 있어 남편은 어차피 회복실 못 올라가니까 집에 보내면서 올때 속옷 좀 챙겨달라고 했어요 생리대만 챙겼는데 속옷도 필요하더라구요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수술실 들어갔는데 추워서 좀 힘들더라구요 마취제 들어가면서 소리내서 “1, 2…”까지 말하고 잠들어서 회복실에 돌아와 간호사분이 깨워주셔서 수술이 끝난거 알았어요 물어보니 수술대에서 휠체어 타고 회복실로 이동했다는데 기억이 하나도 없어요 시간을 보니 3-40분 지나있더라구요 그 동안 잠을 잘 못자서 푹 잤나봐요
회복실에 있는 동안 피가 진짜 많이 나왔어요 그 후로는 생리혈보다는 적게 나오고 자궁수축하는 약 먹고 있는데도 그리 아프진 않네요

4.수술 1일차
수술 후에 미역국, 장어 먹었어요 일부러 더 잘 챙겨먹고 푹 쉬었어요 그리고 수술 후에 첫끼 먹고 설사했어요 이것도 수술 후 증상인 모르겠지만 많이 아프더라구요 짧은 임신 기간이지만 하루 하루 몸이 변해가는걸 느끼면서 힘들더라구요 무기력하고 배 아프고 속 울렁거리고, 낳을게 아니라 그랬는지 입덧을 하면서 많이 괴로웠어요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홀가분해요 남편과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작고 소중한 것을 보내주고 왔어”라는 말을 할 만큼 담담해진 것 같아요

5.기타
마지막으로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마음 고생하는 많은 분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아팠어요 따뜻하게 위로받고 결정에 존중받아야하지만 자신 조차도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분들이 계신 것 같아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생명도 소중하지만 지금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생명도 소중해요 그러니 왜 이런일이 생겼는지 자책하지 마세요 실수와 실수가 만나 사고가 일어난거니깐요 언제나 항상 자신을 우선하고 몸 건강 잘 챙기세요
그 동안 수술하며 몸보다 마음을 더 많이 다쳐 아팠했던 친구들이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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