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주 유도분만하고 왔어요..(긴글)

3 년전
24살 미혼 임신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평소에도 잦은 다이어트 때문에 생리주기가 2달, 3달 끊길 때가 많았고 배도 2주 전까지만해도 붙는 옷을 입고 배에 힘 주면은 전과 같아서 주변 사람들 아무도 눈치 못챌 정도여서 임신이라고는 절대 생각 못했어요
흔한 입덧이나 식욕부진도 없었고 그나마 느껴지는 몸의 변화는 자도 자고 피곤한 것, 유두색이 눈에 띄게 짙어짐, 유두 통증이었지만 6월 초 가슴수술을 해서ㅠ 유두 통증은 수술 후 자연스러운 통증이라 넘겨버렸네요...
바보같이도 여태 윗배부터 아랫배가 본격적으로 부풀고 태동이 느껴지기 시작한 2주 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가스가 찼거나 담적병으로만 생각해서 위내시경을 고민했어요 친구한테 살은 별로 안쪘는데 배가 너무 부풀었다, 살보다는 딱딱하게 아랫배가 뭉쳤다고 하니까 빨리 임테기 사서 테스트 해보라고 자기 어머님도 막내동생이 생긴지 6개월 넘어서야 알았다며 재촉하더라고요
그날 임테기 사용하자마자 5초도 안되서 두줄이 진하게 떴고 다음날에 바로 알아본 병원으로 초음파를 하러가니까 28주다 넘었다고 ... 3월초에 이미 임신이었다고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배 위을 만지면 손으로도 애 머리가 잡힐 만큼 커졌다고, 주수는 28주인데 크기는 30주 애보다 더 크다며 애아빠가 키가 큰 편이냐 묻더라고요... 초음파 하는데 하염없이 눈물만 났어요 이미 헤어진지 3달 넘은 전남친도 밉고, 부주의했던 제 자신도 밉고 무엇보다도 6달 넘게를 눈치 채지모솬 바보같은 제가 너무 싫었어요
하마터면 수술이 불가할 뻔 했지만 입구쪽이 많이 부드럽고 제왕절개 경험이 없고 어리고 건강한 편이라고... 며칠 더 늦었으면 수술 자체가 불가했을거라더군요ㅜ 수술은 총 3-4일 정도는 걸린다고 하셨고 제 주수에 애크기 때문에 운이 좋지 않으면 더 걸릴 수도 있다하셔서 어느정도 각오는 했었습니다
9월 14일 수술이 시작되는 첫날에는 오전 9시, 오후 4시 이렇게 총 두번 자궁을 부드럽게 벌어지게 하는 약을 넣었어요. 평소에도 아픈거 잘참는 편이었고 나는 시체다... 하고 힘을 최대한 빼고 있으니 생각보다 하나도 안아프더라고요..?
그냥 좀 밑이 뻐근하고 불쾌한 느낌이 끝이고 약을 넣고나서는 배가 좀 더 빵빵해지더니 생리통 비슷하게 배가 조금 아픈게 다였어요. 한시간 정도 있으니까 배 아픈 것도 사그라들어서 부모님이랑 외식하러 갈 정도로 괜찮아졌고요.
4시에 두번째로 넣은 후에는 확실히 생리통 비슷한 통증이 오전에 넣었을 때보다 확실히 차이나게 심해졌지만 끙끙 앓을 정도는 아니고...
배탈 + 생리통이 섞인 불쾌한 통증인데 이것도 정말 참을만 합니다
병원에서 20분 누워있다가 괜찮아져서 7시경에 저녁 먹고 약 먹고 오후 9시부터 아침 8시까지 아픈 곳 없이 엄청 푹 잤네요
그리고 대망의 오늘ㅜㅜ 9월 15일날.
저는 당연히 오늘 유도분만을 하게될지 모르고 아침 9시에 아무런 준비 없이 병원에 갔는데 의사선생님이 자궁이 엄청 얇아졌고 입구가 열렸다며 오늘 집에 가면 안될 것 같다고 하셨어요.
오전 9시 10분쯤 마지막으로 약을 넣고 (이때는 어제 약 넣을 때랑 다르게 좀 더 아래가 뻐근했어요) 촉진재 큰 팩 하나를 링거로 맞으면서 침대에 누워있으니 어제랑 다른 고통이 슬슬 밀려오더라고요ㅜㅜ
생리통 복통이랑은 비교가 안되는 불쾌하고 한번씩 숨이 턱턱 막히는 아픔이었지만 고통이 파도처럼 밀려오는게 아닌 잔잔히 눈살 찡그리게 오는 정도라 이때까지는 엄마랑 스몰토킹도 가능했어요
오전 10시 30분경, 좌약 세개를 넣고 아래에 힘을 주기 편하게 굴욕의자에 거의 상체를 반쯤 일으키다싶이 앉은채로 첫 내진을 시작합니다
이를 꽉 깨물면 더 아프다고 입을 벌리고 호흡하라하지만 의사선생님이 손을 집어넣는 순간 울음 섞인 곡소리가 자동으로 튀어나오고 온몸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말 그대로 눈 앞이 핑핑 돌고 죽을 것 같아요 별 수술 시술 다 받아봤지만 울며불며 소리지른 적은 처음이었어요... 근데 옆에서 간호사님 두 분이랑 의사 선생님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더 힘을 주라해서 미칠 것 같고 숨 참고 힘을 주느라 얼굴에 피가 다 쏠려서 어지럽지만 진통 때문에 하나도 정신 없고...
11시 넘어서까지 첫길(?)을 잘 트기위해 굴욕의자에 앉아 울며불며 힘주다가 다시 병실로 돌아와서 누웠어요
온몸은 식은땀 범벅에 시도때도 없는 잔뇨감에 아랫배는 더 딱딱하게 부풀어올라서 불쾌함이 절정이고 아까와는 차원이 다르게 끊임없이 뱃속 내장을 누가 발로 밟아 비트는 고통에 눈앞이 번쩍이고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서 그냥 제왕절개 하면 안되냐고 엄마 앞에서 제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울며불며 애원했습니다
정말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어요 약물이나 소파술이 가능한 다른 환자분들이 눈물나게 부럽고 다시는 절대로 다시는 남자친구 사귀지 않고 비혼주의로 평생 혼자 살거라고 이 악물고 다짐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이후 내진하러 총 5번 오셨는데 오실 때 마다 거의 다 됬다며 3시 반쯤까지만 기다리자고 달래주셨고요 첫 내진보다는 확실히 참을만 했지만 이 역시도 다 곡소리가 났습니다 ㅜㅜ 그동안 촉진제 한 팩을 다 맞아서 또 한팩 더 들어갔고요... 점점 뱃속의 덩어리가 아래쪽으로 내려간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으면서 잔뇨감이랑 고통이 미친듯이 커졌어요 그래도 화장실에 앉아있을 때는 그나마 조금 덜 아픈 느낌 ...? 촉진제를 맞은 9시부터 수술에 들어가기 전 3시 45분 경까지... 진짜로 억겹의 시간이었고 살면서 겪은 아픔 중 최고조였고 처음으로 아파서 짐승처럼 흐느끼고 이불 쥐어뜯고 미리 깔아둔 패드에 소변이 엄청 나오는데도 찝찝하다는 느낌 대신 이러다 아파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다행히도 오전에 초음파 봤을 때 부터 자궁입구도 엄청 잘 풀려있었고 애 머리도 아래쪽이라 막상 수술실에 들어갔을 때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요
그냥 힘 빼고 있으니 양수가 쏟아지고 무언가가 바로 쑤욱 하고 빠지는 느낌이 끝이었어요 수술시간은 체감 4-5분..?도 안됬던 것 같어요
수술 전까지 고통스러웠던게 이 순간을 위한 것 처럼요...
애를 빼내고 곧장 수면마취에 들어갔고 마취에 깨면 회복실로 옮겨져서 링겔 큰 팩 하나를 맞습니다. 처음에 마취에서 깼을 때는 손이 덜덜 떨리고 미친듯이 추웠는데 엉덩이 주사 한대 맞으니까 바로 한기랑 몸떨림이 가라 앉아서 뜨끈한 침대 속에서 한시간 누워있다가 아래 거즈 빼고 화장실 한번 다녀와서 출혈량 확인하고 경과가 좋아서 귀가해도 된다는 허락을 바로 받았습니다
신기하게도 ET같이 불룩했던 배가 거의 전으로 돌아왔더라고요
몸도 가볍고 어디 하나 아픈 곳 따로 없고...
항생제 진통제 젖 안나오는 약 등등 받고 집에 와서 엄마가 미역국 끓여줘서 열심히 먹었어요. 지금도 복통이나 아픈 곳 없고 그냥 아래 출혈때문에 생리대 차고 있는게 끝이에요.
참... 사람 간사한게 제 몸속에서 7개월을 가까이 살았던 무언가가 떨어져 나가니까 너무 행복하고 하나도 죄책감이 들지 않아요 속이 너무 후련합니다
있는동안 말썽 부리지 않고 운이 좋아서 머리 위치도 아래에 잘 있어줬고 이틀만에 빨리빨리 나와줘서 그냥 그거 하나는 고마울 따름이에요
궁금한거 있으신 분들은 편하게 물어봐주세요...
긴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행복하세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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