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8주 말~9주 초 중절하고 왔어요. 글이 길어요.

3 년전
일기형식으로 썼던 걸 가져와서 반말인 점 양해부탁드려요.
피치못한 사정들로 아기를 떠나보냈던 분들 너무 괴로워마시고..두려워마시고..앞으로 같은 잘못을 하지않도록 속죄하고 조심하면 됩니다. 저 또한 그럴 것이구요.

결국 수술을 했다. 모든 건 성인인 나와 남편의 잘못이고 실수라고 할 수도 없으며 구구절절 변명의 여지도 없다. 이건 명백히 우리들의 잘못이고 죄이다.

무작정 구글에서 우리지역과 중절 키워드로 검색해서 광고하는 델 갔다. 비교를 하려해도 일일히 산부인과마다 전화해서 중절이 가능한지와 비용을 묻고 하는 것 자체가 죄책감이 들어서 그냥 정했다. 가서 예약했다고 하니 이름을 확인하고 초진에 작성하는 용지를 주셨다. 출산경험 유무나 약에 알레르기반응이 있는지 미혼인지 그런것들. 체중과 혈압도 쟀다. 이미 두 아이의 엄마인 나로선 생명의 탄생을 위해 방문했던 산부인과와 동일한 과정에 더 먹먹하다.

남편과 수술동의서를 쓰고 인장을 찍는다. 소변을 보고 오라해서 소변을 보고 진료실로 안내받았다. 진료보러가는 동안 남편은 처방전을 들고 약을 타러갔다.


누구누구님. 내이름이 불리면 진료실에 가서 초음파를 본다. 선생님이 9주 막 되었거나 8주 말정도 크기라고 하시면서 간단히 주의사항을 알려주신다. 그리고 나와서 잠시 기다리며 수술비 계좌이체를 하면 수술실로 안내를 받는다.

우리애들 출산한 곳과 달리 조금 삭막해보이는 수술실. 거긴 분만실이었는데 여긴 수술실이다. 산모의 안정을 위한 부드러운 음악도 없고 주황색 따뜻한 조명도 없다. 다소 높은 수술 침대에 올라서 눈아프게 빛나는 형광등과 천장을 말없이 쳐다봤다.

조용히 수술준비를 하는 간호사선생님은 별 말이 없으셨다.
링겔을 꽂고 수면마취기 때문에 침대에서 굴러떨어질 수 있어 손과 발을 묶는다. 모든것이 매우 익숙하신듯 빠르시고 신속하다.

그렇게 해부당하는 개구리처럼 되자 전화기로 누구누구님 준비되셨다고 통화하신다. 의사선생님이 들어시고 마취약을 놓는다. 난 나도 모르게 기절한다는 그 자체가 왜 이렇게 무서운지 손에 식은땀이 났다. 수면마취하면 헛소리한다던데 뭐 이상한 소리하면 어쩌지. 쓸데없는 생각도 든다.

숫자 열을 소리내어 말하라했다. 정신이 아직 맑다. 심호흡 세번을 하라한다. 조금 멍해진다. 내 이름을 물어서 대답하는데 귀가 물속에 잠긴것처럼 웅웅하고 형광등 빛이 번지면서 아무 기억이 없다.

배가 불편해서 깨어나는데 너무 어지럽다. 아직 시술 마지막 단계인지 밑에서 뭔가 하고 있는데 그냥 늘어져있었다. 몽롱한 상태에서도 간호사선생님이 내 속옷 입히시려해서 다리 들어주고 엉덩이 들어주고 내려오라해서 내려왔다. 간호사선생님이 정신이 좀 드셔서 편하네요. 비슷한 말을 했던거 같다.

어떻게 복도 지나서 회복실에 눕자 이불덮고 조금 쉬라했다. 남편 들어온거같은데 너무 어지러워서 그냥 잠들었다. 반수면상태로 삼사십분있던거 같다. 속이 안좋아서 토할것같았다. 잤다 깼다 잤다 깼다했다.

시계를 보니 11시20분. 수술 시간으로 치면 10분?15분?남짓한 짧은 시간에 모든게 끝났다. 아직 좀 멍했지만 집가서 눕고싶어서 이제 가자했다. 마지막으로 주의사항을 듣고 내일 와서 소독하라는 말을 듣고 나왔다.

대기실엔 아마 중절받는 사람들로 보이는 사람이 많았다.
방금 우리처럼 동의서 작성하고 기다리는 어린 커플이 비몽사몽으로 나가는 나를 흘끔흘끔보는게 느껴졌다.

집에 와서 그냥 애들 하원하기 전까지 계속 잤다. 어제밤부터 금식했는데도 배가 안고파서 만두찐거 세네개 먹고 약먹고 또 잤다. 참 끔찍하게도 입덧때문에 모든 음식이 다 맛없었는데 만두가 그 식은 만두가 정말 맛있었다. 속도 안불편했다.

다행히 통증은 하나도 없었는데 피는 좀 많이 났다. 오버나이트 두개가 흠뻑 젖었다. 하루종일 물먹은 솜처럼 무겁다. 졸리고..피곤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을거다.
다시는 이런짓 하지않을거다.
다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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