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7주차 오늘 수술하고 왔어요 (긴글 주의)

3 년전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중반이고 현재 남자친구와 만난지 3개월 됐어요
원래 친한 오빠이기도 했고 집이 바로 앞이라 사귀고는 거의 매일 만나고 있어서 만난지는 3개월이지만 조금 더 가깝고 특별한 사이라고 느껴졌어요

저는 우선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라는 병을 갖고 있습니다
여성에게는 흔한 병이라고 하지만 난임과 자궁 관련 암 발병률이 높은 무서운 병이래요
이 증후군이 저에게 “나는 임신이 잘 되지 않을거야” 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져다 줬네요

남친이랑은 일주일에 한번씩 관계를 가졌고 질외 사정 이외로는 피임은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날이면 질내 사정도 했어요

마지막 생리일은 9월말 경이었습니다
제가 극초반에 느꼈던 증상은 끊임없는 허기짐과 가슴이 예민하고 커졌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생리 전 증상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애초에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기 때문에 생리를 예정일에 맞춰서 한적이 드물어요 그래서 예정일이 10일정도 지났을때 임테기 확인을 했네요

생리를 하지않고 속이 니글 거리고 계속 된 나른함으로
결국 아침 8시에 임테기를 해보니 충격적이게도 너무 선명한 두줄을 띠더라구요
화장실에 주저 앉아 한참 당황해하다가 남친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남친이 우선 만나서 얘기하자고 해서 집이 가까워서 바로 만났어요

처음에는 둘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아 우리가 이만큼 운명이었고 특별했구나,하는 생각으로 남친도 저도 좀 신났던거 같아요
하지만 낳을지 말지는 앞으로 대화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어요
그렇지만 한 2일동안은 자꾸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남친이 너무 잘해주는 모습을 보고 낳는 쪽으로만 생각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 저의 입덧이 심해져 갔어요
하루종일 울렁거리는 느낌을 받았고 냄새들이 평소 보다 더 잘 느껴지고 역했어요 (특히 고기 냄새 맡기 싫었음)

여기서부터 낳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뒤집어졌던거 같아요
지금 기껏해야 초반일테고 이깟 울렁거림 하나도 못 견디겠는데
내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구나 했죠

그래서 남친한테는 다음에 이런 기회가 찾아올수 있으니까 이번에는 수술하자고 했어요
근데 남친은 그때부터 좀 기분이 안좋아보이더라구요
분명 낳아야할지 말지 아예 모르겠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자기도 모르게 계속 낳는쪽으로 80%정도 생각했대요
그럼 일단 병원을 가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하고 그 날은 대화를 종결했어요

이왕이면 수술하는 병원으로 진료를 봐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가 용인시 거주해서 동탄이나 영통으로 알아봤어요
근데 그 수술이 아무래도 산부인과에서만 할 수 있지만 또 산부인과에서 하기엔 이치가 안맞나봐요 검색해도 많이 안나오더라고요
그러다가 비교할 곳도 없이 동탄에 딱 한군데를 찾았고 진료 예약이 꽉 차 있어 다음날 현장 대기 하기로 했습니다

남친이랑 같이 병원에 방문했고 두시간 정도 대기하면서 남친도 저도 지치더라구요
기다림 끝에 여자선생님께 진료를 봤어요 제가 예상한 주수는 5-6주 였는데
7주 1일차 됐고 아기집 정상이고 심지어 팔다리까지 보인다고 하는 말을 듣고 충격받고 절망 했어요
그래도 낳을지 말지 고민중이라고 말씀 드려서 그런지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시거나 심장 소리를 들려주시진 않더라구요
하지만 출산이든 수술이든 하루라도 빨리 결정을 해야 된다고해서 우선 수술 안내를 받고 다음날로 수술 예약까지 잡았어요

덜컥 수술 날짜까지 잡으니 무섭기도 했고 진정으로 케어 받으려면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엄마한테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엄마는 여자로 살면서 한번쯤,아니 두세번쯤도 있을 수 있는일이라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런 상황에 그런말을 해준 엄마한테 너무 고마웠어요

밤새 토닥톡을 찾아 보면서 아프진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되더라구요
하지만 이미 저의 마음은 돌이킬수 없을 정도로 수술 쪽으로 결정이 나있었어요
사실 큰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결정했다기보단 왠지 지금은 그렇게 해야될거 같았어요

수술 당일 남친과 병원을 다시 찾았고 제 질속에 약을 뿌렸어요 (자궁이 부드러워지는 약)
그리고는 알약을 차례대로 두알 먹었고 그 약을 먹으면 복통이나 오한이 있을수 있다고 했는데 정말 배가 살살 아파오고 춥더라구요
그리고는 옷을 갈아입고 수술실로 들어가 팔다리를 고정했어요
수면 마취중 깼다는 얘기도 많아서 걱정했지만 약이 들어가니 슬슬 어지럽다가 그 이후로는 기억이 없어요
수술실에서 회복실로 옮겨갈때 저보고 환자분 눈 떠보세요 일어나보세요 한거 같긴 한데 도저히 제 의지대로 몸을 제어 할수 없었어요
아마 그래서 저를 억지로 힘들게 끌고 회복실에 눕히셨을거에요
그러다가 남친이 회복실에 들어온거 같았어요
마취때문에 아무 말도 할수 없고 몸에 아무런 힘도 안들어가졌어요
중간중간 남친이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손잡아주고 머리 쓰다듬어준거 같아요
그러다가 간호사가 들어와서 이제 깨야된다고 하더라구요
아직 정신이 안돌아왔지만 억지로 일어났고 유산균 주시면서
내일 오셔서 엉덩이에 맡는 영양주사 맞고 가라는 안내를 받고 귀가했어요

통증은 다행히도 진통제 안먹고 버티는 극심한 생리통 정도 였어요
집 안까지 남친이 데려다줬고 거의 오자 마자 설사했어요ㅠㅠ
그리고 탁센 두알 먹고 한숨 잤고 지금은 마취가 완전히 깨서 새벽인데 잠이 안와서 후기 남기고 있네요
지금은 극심한 생리통만큼은 아니고 그냥 생리통 정도 통증이에요

제가 간 병원은 7주차 수술 +에너지 주사 + 유착방지제 =105만원
남친이 현금으로 드렸습니다 현금 할인은 없었고 따로 기록을 남기지 않기위함이었어요
간호사나 의사쌤은 친절하시다가도 제가 뭔가 질문을 하면 좀 짜증내시더라구요…
하지만 병원 시설은 새로 지어진 곳이라 깔끔했고 동탄 병원으로 수술 급하게 알아보시는거면 나쁘지 않은거 같아요

원래 저는 애기를 너무 좋아하던 사람이었는데
수술 당일날에는 애기랑 심지어 어린이랑도 같은 공간에 있으면 눈물이 너무 났고 아이 목소리가 들리면 듣기 힘들어서 귀를 막았어요
죄책감이 생각보다 심하더라구요

이번 계기로 정말 몸으로도 돈으로도 피임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남친이랑도 잠시 달콤한 미래를 맛 본 덕분에 더 열심히 살아서 다시 이 미래가 찾아오게 할거라고 다짐 했어요

이제는 신기하게도 울렁거림이 아예 없어져서 먹고 싶은게 막 생각나요
수술하고 나니까 오히려 전보다 죄책감이 없어졌어요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고 다 잘 될거에요
이만 탈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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