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5주차 중절수술 후기 (수술 후 1일차)
어렴풋이 눈치챘다. 내가 임신이란 걸. 평생 PMS없었던 내가 예정일 2주 전부터 가슴이 너무 아파왔기에 테스트기를 하지 않았지만 확신 할 수 있었다.
13일 아침. 떨리는 마음으로 테스트기를 했고, 결과는 명확하게도 두줄이 나왔다. 유튜브에서 간간히 보이던 모습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진한 두줄이라, 혹시 주수가 너무 오래된걸까? 하며 불안한 마음에 당일 반차를 쓰고 병원에 갔다. 사실 그 전에 생리를 했어서 아무리 오래됐어도 4주밖에 안됐을텐데.. 너무 불안하고 성급했던 나머지 그렇게 생각해버린 것 같았다.
의사쌤도 너무 일찍왔다고 했다. 초음파를 해도 아기집이 보이지 않아서 소변검사로 임신 여부를 확인했고, 결과는 임신이 맞았다. 다른 분들은 피검사로 알았다고 하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왜 피검사로 확인하시지 않았을까 싶긴 했다.
조심스레 의사쌤에게 중절수술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은 다음주 화요일인 17일에 수술을 진행해야 아기집이 보여서 가능할 것 같다고 하셨다. 약물중절도 있지만 너무 시간이 오래걸린다고 했다. 17일로 수술 날짜를 잡았다. 혼자서 진료를 봐서 그런가 정확한 금액과 주의사항을 제대로 물어보지 못했다. 접수했던 데스크에서 수술 당일 5시간 전에는 물도 음식도 먹으면 안되는 이야기가 유일하게 내가 안내 받은 주의사항이었다.
터덜터덜 산부인과를 나와서 근처 카페로 향했다. 사실 나는 나이차이가 조금 나는 연애를 하고 있다보니, 이 이야기를 남친에게 꺼내면 무조건 낳자고만 할 것 같았다. 나쁘게 생각하면 그걸 빌미로 나랑 결혼하자고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내가 생각한 내 미래와 내 인생이 무너질 것만 같아 만약 남친에게 이런 말을 꺼냈을 때 우려했던 말이 나온다면, 그냥 바로 헤어져야지 하고 결심했다.
내 연락을 받고 남친이 다급하게 내가 있던 카페로 왔다. 어떻게 말을 먼저 꺼내야할 지 몰라 임테기만 슬쩍 보여줬다. 당황해하는 눈빛에 그냥 몇시간 동안 생각한 말을 냅다 쏟아냈다. 수술일정까지 잡은 것 전부 말하자, 남친은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기와 헤어지자고 하는 줄 알았다며, 그게 아니라면 다행이고 수술 당일 연차까지 써서 옆에 있어준다고 했다. 왜 혼자서 마음고생했냐고 자기가 그렇게 믿음직스럽지 않았냐고도 했다.
사실 여기서만 말하는 건데 그닥 믿음직스럽진 못했어.. 미안;
아무튼 교대근무하던 남친은 연차를 쓰면 다음날 종일 혼자서 일을 해야하다보니 연차쓰지 말라고 내가 그러는데, 얘기 꺼내자마자 바로 연차쓴다고 해서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다. 겁이 많은 내가 혼자서 수술받고 나올 수 있을까 너무 무서웠는데 옆에 있어줄 사람이 있다고 하니 그나마 나아졌다.
수술날짜가 다가오면 다가올 수록 너무 힘들었다. 그냥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유없이 눈물이 나고 휴일이 끝나 출근해야하는 남친을 붙잡기도 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수술자체가 처음인 내가 겁을 정말 한트럭 보다도 더 먹어서 그랬던 것같다.
17일 수술 당일엔 생각보다 무덤덤했다. 그닥 무섭지도 긴장하지도 않았다. 평소처럼 출근하고 반차쓰고 퇴근해서 남친과 같이 병원으로 향했다. 진료를 기다리면서 이따금씩 서로 장난치기도 했다. (지금와서 생각하는데 중절수술 받는 기록은 따로 모아놓는 듯 했다. 컴퓨터로 조회할땐 별 내용이 없는지 나에게 뭐때문에 왔냐고 물어봐서 오늘 0시에 예약했다 라고 하니 데스크 안쪽 종이 뭉텅이에서 내 기록을 꺼내셨다.)
내 이름이 불리고 진료실로 혼자 들어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같이 들어갈껄 왜 혼자 들어갔을까 싶다. 남친도 후에 그렇게 물어보기도 했고. 근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냐구요.. 나도 처음이었는걸.
초음파를 봤는데 아기집이 보였다. 완두콩만했다. 의사쌤 말로는 5주라고 한다. 별 생각없이 그렇구나.. 했다. 초음파 복장에서 원래 복장으로 갈아입고 의사쌤과 이야기를 나눴다. 대충 수술 관련 이야기와, 마취 부작용이라던가.. 추후 수술경과를 보기 위한 방문날짜를 잡는 그런 이야기였다. 수술 후 10일 이내로 피가 나올 수 있고, 안나오다가 3,4일뒤에 생리터진것처럼 나올 수도 있고, 피고임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주에 한번 더 오라고 한거라고 말씀하셨다. 한번 더 방문해서 경과 살펴보고 피고임 있으면 빼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 그리고 2주정도는 목욕(탕에 들어가는 것, 샤워는 가능) 성관계는 안된다고 하셨고, 1주정도는 금주해야한다고도 하셨다. 그리고 마취 동의서였는지 수술 동의서였는지.. 아무튼 동의서에 싸인을 하고 나왔다.
금액 결제를 했다. 비용은 60만원정도 들었다. 수술 전에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봐야한다고 해서 볼일을 봤다. 수술 복장으로 갈아 입기 전 간호사쌤이 항생제를 놔주셨다. 엉덩이주사였는데 좀 아팠다; 따끔하다고 하셨는데 그 맞은 쪽이 아직도 누르면 아프다ㅠ 그리고 수술 후 먹어야하는 3일치 약도 설명해주셨다. 3알이었는데 항생제, 소화제, 진통제라고 하셨다. 속옷 챙겨서 수술실로 가야한다고 해서, 옷을 갈아입고 속옷을 챙겨 수술실로 걸어갔다.
드라마에서 보던 수술실과는 느낌이 좀 달랐다. 수술대가 생각보다 높았는데, 간이계단 두단계를 밟고 올라가야했다. 수술대에 누운 뒤, 왼쪽은 움직일 수 있어서 고정해놓는다고 하시면서 벨트? 같은걸로 고정하시고, 오른쪽은 마취약이나 링겔꽂으시려고 하시는 것 같았다. 그 채혈할때 간호사쌤이 하시던 고무줄로 두어번 묶었다 풀었다 하셨는데, 팔에다가 꽂을 줄 알았던 주사가 손등에 꽂혀서 쪼금 놀랐다. 주사 바늘을 꽂고 마취약 넣는다고 하시고 머리가 점점 어지러워졌다. 숨을 크게 쉬라고 하셔서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건, 간호사분이 내 속옷을 입혀주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턴 배가 따끔거리듯 아팠다. 생리통만큼 아픈 것 같았다. 그래서 어 이거 끝난건가.. 싶을 때 간호사분이 내 어깨쪽을 좀 세게 두드리면서 깨우셨다. 일어나야한다고 하셔서 조심스럽게 일어나서 회복실로 향했다. 수술대에서 간이계단 타고 내려가는 데 이건 좀 무서웠다.
회복실에 누워서 간호사쌤이 10~15분 아플거라고 이야기해주시고 나가셨다. 그 다음 남친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근데 진짜 점점 정신이 깨니까 내가 생리통이 좀 많이 심한편이라 약없으면 못버티는데 딱 그만큼 아팠다. 식은땀이 나고 몸을 가만히 두기가 어려웠다. 막 뒤척이면서 내 손을 잡고 있는 남친한테 배가 너무 아프다고 한 두어번 찡찡댔다.
진통제가 좀 돌고 나니까 배 아픈 건 점점 가라앉았다. 그제서야 몇신지 물어볼 정신이 들었다. 수술 들어가고 나서 딱 30분이 지난 시간이었다. 그제서야 내 손목에 꽃혀있는 주사바늘에 관심이 생겨 이리저리 살펴보기도 했다. 처음 꽂는 링겔바늘에 신기하기도 했지만 아직도 아플만큼 너무도 아팠다.
1시간 정도 남친하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보내다보니 어느새 간호사 쌤이 꽃힌 바늘을 빼주셨다. 바늘을 빼주시면서 한번 더 금주나 탕에 들어가면 안되는 주의사항 말씀해주시는데, 남친이 커피도 먹으면 안되는게 맞냐며 물어봤다. 간호사쌤은 약먹는 시간에만 먹지 않으면 상관없다고 했다. 내가 커피를 워낙 좋아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간호사쌤이 나가자마자 천천히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고 걸어나갔다.
생각보다 걷는게 그렇게 불편하지도 않고 괜찮았다. 나는 모든게 처음이었다보니까 겁부터 먹었는데, 생각보다 겁먹을 만큼 무섭진 않았다. 병원 물어보는 사람 있을 것 같아서 이름을 바로 적긴 좀 그렇고 병원톡에 대전에 위치한 병원이다. 나는 생각보다 괜찮았던 것 같다. 너무 장황하게 적은 것 같은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추후 한번 더 병원 방문 후 후기 남길게 있으면 남겨보려고 합니다! 아 전 소파술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걸 안적은 것 같아서.. 궁금하신게 있다면 제 선에서 말할수 있는 걸 답변해드리고 싶어요 여기 처음 가입했을때 모든게 다 비공개댓글에 그래가지고 정보 얻기 힘들었거든요...ㅎㅎ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