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5주차, 수술 후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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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년전
안녕하세요.
저는 얼마 전 5주차에 흡입술로 수술을 마친 23살 대학생입니다.
토닥톡을 우연히 알게 된 후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MTX 주사에 대해서도 여기서 처음 들었고, 다양한 후기와 병원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안도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와 같이 임신 초기에 수술을 앞두거나 준비 중인 모든 분들을 위해 제 이야기를 전부 쏟아내보려 합니다.


1. 임신 징후

애초에 남자친구랑은 연애한지 4개월차 접어드는, 연애 초기 커플이었습니다. 선섹후사였고, 둘 다 자취 중이었어서 만날 때마다 불타올랐던 것 같아요. 물론 콘돔은 늘 착용했고, 콘돔 사용 후 확인도 철저하게 했었습니다. 문제는 올해 1월 가진 관계에서 발생했습니다. 여느 때처럼 콘돔 착용 후 관계가 끝나고 콘돔을 확인하려 집었는데 꽤 많이 찢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너무 충격 받았었고, 배란일이 가까워짐을 알고 있던 저는 바로 다음날 24시간 내에 사후피임약 엘레나원 정을 복용했습니다. 효과가 좋고 시간이 오래 지나도 효과가 떨어지지 않는 약이라 해서 안심하고 복용했습니다.


이후에는 여기저기서 사핌약 먹고도 임신이 됐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앞서던 찰나에, pms랑은 다른 증세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전 원래 생리 시작 3일 전 즈음부터 생리통이 시작되고, 기분이 정말 예민해집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습니다. 아랫배 윗배가 자꾸 꿀렁거리고, 무엇보다 착상 시기인 관계 후 10일 정도 되니 Y존이 콕콕콕, 싸르르하는 느낌이 듭니다. 이 증상 겪는 임산부 분들이 꽤 많다고 하시니.. 증상 참고하실 때 Y존 부분에 의식되는 느낌이 든다면 꼭 임테기 해보시길 바랍니다.


얼리 임테기 사용 가능한 때가 되자마자 사용했고, 처음 3분은 한줄인가 싶더니 10분도 채 되지 않아서 희미한 두 줄이었습니다. 남자친구에게 사진 보낸 후 전화로 한참을 울고, 남자친구는 거듭 미안하다고 사랑한다는 말만 해왔습니다. 다음날 가까운 산부인과 중 후기 좋은 곳에 달려가 혈액검사를 받았고, 검사는 양성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생각보다 덤덤하게 말씀해주셨는데도 눈물이 왈칵 나더군요. 남자친구와는 병원에서 실시간으로 카톡 중이었고, 사핌약도 먹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시약선일 수도 있다 하면서 연락했습니다. 남자친구는 자기도 아닐 거라고 생각 중이라고 연락하고 있었습니다. 간호사 분과 상담을 위해 잠시 대기 중 남자친구에게 '임신 맞다. 어떡하지..?' 라는 내용의 연락을 보냈습니다. 이미 임테기 확인했을 때 제가 지우고 싶다고 말 했고, 그렇게 되면 비용도 책임지겠다는 대답을 받아낸 터라, 우선 침착하고 수술에 대해 의사샘게 잘 물어보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1. 병원 상담

저는 남자샘에게 진료를 받았습니다. 산부인과 남자샘을 기피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의의로 남자샘들이 원장이신 경우가 많고 시술이나 초음파도 부드럽게 더 잘해주신다고 말 들었어서 걱정없이 진료 받았습니다. 임신 맞다고 덤덤히 말씀하신 후 제 표정이 어두워지자 바로 '유지하실 거세요? 아니면 중단 원하세요?' 부드럽게 물어봐 주셨습니다. 제가 유지할 수 없다고 말씀드리자 바로 너무 걱정말라고 이제 법도 바뀌었고 도와줄 수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우선은 너무 극초기라 애기집도 보이지 않고, 자궁 외 임신 확인 없이 약물 사용하면 정말 위험하다고 하셔서 애기집 보일 시기가 되자마자(보통 4주6일차-5주차) 병원에서 정상임신 확인 후 수술 잡자고 해주셨습니다.

진료실 나와서는 간호사샘이 수술 날짜와 가격 말씀해주셨습니다. 가격은 80만원(수술비+자궁유착방지제+영양제+초음파검사비) 이렇게 현금으로 결제하기로 하였고 기록 걱정은 절대 하지 말라고 해주셨습니다. 상담하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었는데, 간호사샘은 울지 말라고, ㅇㅇ씨만 하는 수술 아니라고 많이들 한다, 사핌약 먹고도 드물게 임신 되는 경우 있다면서 달래주셔서 참 감사했어요. 그러면서도 이제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고, 다음부터 주의하면 되는 거라고 해주셨습니다.

다만 수면 마취를 해야 해서 보호자 동의가 필요한데, 남자친구가 같이 오기 힘들면 전화 동의도 가능하다고 해주셨어요. 우선 시간 맞춰보겠다고 하고 상담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더불어 수술 주의 사항으로는 4시간 전후 금식(물도X), 귀걸이/네일 금지 정도가 있었습니다.

2. 수술 전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남자친구에게 울며 전화했습니다. 처음엔 솔직히 감정이 올라와서 말도 심하게 하고, 수술비 나눠서 두 번 줘도 괜찮겠냐는 말에 서러워서 더 울었습니다. 자기가 분명 책임지겠다고 했으니 걱정말라. 병원에서 바로 자기 집으로 오라고, 얼굴 보고 얘기하자고 그랬는데 제가 울면서 니가 와라 하고 전화 끊어버렸어요.. 이때 미쳐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남자친구 상황이 안 좋은 거 아는데 왜 임신까지 한 제가 가야하나 싶더라고요. 그렇게 집으로 달려온 남자친구는 오자마자 왜 그렇게 우냐고 한 소리 하더라구요. 공감은 안 바래도 위로해주길 바랐는데, 자기가 바빠서 항상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만 하더군요. 초기 수술은 자기가 찾아보니 그냥 생리 나오는 것처럼 생각하면 된다더라, 정말 괜찮을 거다 이러는데 참내... 자기가 수술 받나요. 그러고 다음날 일 때문에 아침 일찍 가야했어요.

대화를 정말 많이 했지만, 지금 와서도 대화를 더 해볼 걸 후회해요. 조금 안정이 되고 나서는 낳을지 말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했습니다. 남자친구는 자기는 낳고 싶다고 먼저 말을 했지만, 현실적으로 본가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남친이 나이가 좀 있어서 결혼 생각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 애를 남의 손에 맡기기도 싫었고, 어린 동생 때문에 고생하는 엄마를 더 고생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부모님께도 말씀 못 드리고, 조용히 흘러보내고 싶었습니다. 더군다나 남친이 지금 일도 바쁘고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 이렇게 옆에도 못있어주는 남친 뭘 믿고 애를 낳나 싶더군요.

게다가 제가 혈액 검사 전부터 임신이면 정말 큰일난다, 졸업도 못했는데 말도 안 된다, 하면서 울고불고 했어서 남친도 강하게 이야기는 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직도 남친을 한 번 믿어볼 걸 하면서도.. 학교 졸업학기 다니면서 애 보고 돈 벌고 신경쓸 제 모습 생각하면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수술 3일전부터는 남친과 함께 있었는데, 중간에 한 번 친구들 만나러 가서는 연락 안 돼서 집 밖에서 난리판을 한 번 벌였네요. 그 추운 한파 때 집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새벽까지 시위했었습니다. 너무 서러웠습니다. 친구 만나러 가지 않겠다고 할 때 그래달라고 할 걸, 남친도 많이 힘들어 보여서 참고 보내준 건데 연락도 안 받으면 어쩌라는 거냐고... 난리 피우고 몸 녹이며 잠들었습니다.

그러고 다음날, 수술 직전날 저녁에 남친이랑 울면서 또 싸웠네요. 이때 제가 섣부르게 감정적으로 행동하긴 했지만, 우는 것도 안 달래주고 엄청 화나 보이더라구요. 너 이러면 나 직장 돌아가서 숙직실에서 잘 거다, 우리 만난 게 실수인 거 같다 식의 심한 얘기 해버려서 미친사람 처럼 울었습니다. 나중엔 자기 욱한 상태로 대화하는 거 싫어하는데 너가 갑자기 그렇게 화내버리니 말이 막 나왔다고, 말실수라고는 했다만 상처 많이 받았습니다. 계속 휴대폰만 보고.. 원래라면 별 신경도 안 쓰는 행동인데 수술 전이니 미친듯이 서럽더라구요.


3. 수술 당일

상담해주셨던 간호사 분이 웃으면서 남자친구분 같이 왔네요? 하시며 맞아주셨습니다. 빠르게 초음파 검사로 정상 임신 확인하고, 수술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이때 의사샘께서 아직 애기는 없고, 애기집만 있는 거다, 극초기라고 보면 된다, 작은 빨대로 흡입하는 과정의 수술을 할 거고 금방 끝날 거다 등등 다정하게 달래주셔서 정말 너무 감사했습니다.

초음파 보고는 밖에서 잠시 대기했고, 남친에게 말로 하기가 그래서 휴대폰에 초음파 검사 결과를 텍스트로 치는 도중 상담실로 이동했습니다. 상담실에서 모든 얘기가 개인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수면 마취 동의서에 싸인하고, 남자친구의 수술 동의 의사도 한 번 더 물은 후 싸인하고, 금액 확인 후 밖에서 잠시 대기하다 회복실로 들어갔습니다.

회복실에서 수술 기다리며 남자친구와 함께 있었습니다. 계속 휴대폰만 보던 사람이 그래도 긴장했는지 휴대폰 내려놓고 다 괜찮다고 손 잡아주니 마음이 놓이더군요. 수술 시간 듣고는 10분도 안 걸린대? 정말 작은 시술이라고 생각하면 되네. 마음 놓자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 하던 중 수술이 다가왔고, 빠르게 수술실에 눕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있었습니다. 수술 전에 혈액 검사와 혈압 검사를 하게 되는데, 제가 긴장했는지 혈압이 좀 높게 나오더라구요. 제가 수면마취가 처음이라고 하니 수간호사로 보이시는 분께서 자기네 병원에서 수면 마취 사고난 적 한 번도 없고 정말 자신 있으니 걱정 말라고 안심시켜 주셨는데,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마취가 잘 안 되면 어쩌나 하시는 내용이었습니다. 제 체질이 마취가 잘 안 드는 체질인가 봅니다. 이 나이 먹도록 수면 내시경도 해 본적이 없던 지라... 전 제가 그런 체질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마취약 투여하고 팔이 심하게 뻐근하고 가위 눌린 듯 잠이 오긴 했으나 결국 완전히 잠들지 못하고... 수술 내내 아파서 짧은 비명을 질렀습니다. 수술하는 게 조금씩 느껴지니 무섭더라구요. 수술 후에 간호사샘에게 이게 잠든 게 맞는지, 수면마취가 된 건지 물어보니 마취된 건 맞다고 하시며 회복실까지 데려다 주셨습니다.

영양제 맞는 1시간 중 10-20분 정도 생리통의 2배 정도되는 아랫배와 허리 통증이 계속되었습니다. 원래 이렇게 아픈가요? 여쭤보니 아플 수 있다고 해주셨습니다. 남자친구는 수고했다고, 쉬라고 토닥토닥해주고, 허리 아프다고 하니 꾹꾹 누르며 마사지를 해주었습니다. 다행히 통증이 가시고 나니 멀쩡하더라구요. 그냥 생리통이 계속되는 정도의 기분이었습니다. 참을만 했고, 영양제 다 맞고나니 멀쩡히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간호사샘께서 마지막까지 친절하게 배웅해주셨고, 계속 비명질러서 걱정했는데 잘 참으셨다고 해주셨습니다. 의사샘께 마지막으로 수술 잘 되었다는 이야기 듣고, 오히려 안 아프게 잘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고 병원 나왔습니다. 남자친구와 집에서 저녁 사먹고, 일 때문에 남친은 다시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수술 끝나고 나니 기분이 이상하더라구요.. 생각보다 별 거 아니네 싶으면서도, 이젠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내게 일어났구나 싶었습니다.


4. 수술 후 회복 중

저는 회복 시기에도 참 힘들었네요. 자궁 뻐근함에 심했고, 골반통도 심해서 알바가는 시간 말고는 전기 장판에 하루종일 몸을 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출혈도 처음에는 생리 마지막날 처럼 갈색혈만 나오나 싶더니 3일 정도 후부터 생리 첫째날 처럼 양도 많고 골반이 너무 아파서 병원에 내원했습니다. 보통 수술 후 일주일 내로 2번 정도 더 초음파와 경과 지켜봐주시는데, 이때 내원해서 초음파 확인했고 피찌꺼기나 문제 없이 자궁 멀쩡하고 수술 잘 되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수술 전 검사에서 나온 질염에 대한 약도 처방해주셨습니다.

수술 직후 극심한 복통과 함께 출혈이 왈칵 쏟아지면 바로 병원 내원하라고 하셨습니다. 자궁 유착 전조 증상이라고 하더라구요. 전 자궁 유착이거나 불임이 되었을 까봐 불안함에 달려갔는데, 다행히 그런 건 아니고 호르몬 변화로 인해 출혈이 많아질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출혈이 많은 채로 계속되면 피임약으로 출혈 조절도 가능하다고 하시더라구요.

내일 한 번 더 내원 후 확인하면 이제 정말 모든 게 끝나네요. 여전히 죄책감과 우울감이 있고, 남자친구와의 관계에 큰 기대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가 계속 죄책감을 토로하니 제발 잊어달라, 너의 원래 삶으로 돌아가자 등의 이야기만 할 뿐... 이렇게나 위로에 서툰 사람을 만났나 싶습니다. 그래도 일주일 정도 지나니 제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네요. 아직 마음은 많이 혼란스럽지만, 친구들 만나서 웃고 이야기할 정도의 상태는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부모님께는 말씀드리지 않거나, 남자친구와 이별한 후 이야기할 것 같아요. 누군가 절 떠날 수도 있고 질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전 임신중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신경쓰거나 질타하고 싶지 않습니다. 떳떳한 일 아닌 거 알고 있습니다만, 전 그냥 한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낙태는 죄라고 외쳐대는 사람들이 내 인생 살 거 아니고, 내가 낳은 애 책임져줄 것도 아니니까요. 죄책감은 그냥 안고 가려구요. 그래도 그렇게 살고 싶어서 수술까지 받았으니, 살아가야지 싶습니다. 가끔은 아기가 만약 태어났다면 얼마나 예뻤을지, 내가 신을 기만한 건 아닌지 걱정이 늘 앞섭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거부할수록 더 기분이 안 좋아질 뿐이었습니다. 그냥 받아들이고, 죗값이 오면 달게 받고, 작은 것에도 더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수술 전부터 가치관이 비혼/비임신 이었어서 오히려 다행인 것 같아요. 더 회복되면 미레나 등의 기구 시술도 생각 중에 있습니다.

전 손가락질 받아도 괜찮겠더라구요. 이게 저와 제 가족, 그리고 남자친구까지 전부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걱정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행복, 삶, 수술 전후의 불안감.... 근데 그냥 걱정 없이 살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생 생각보다 짧다고 하잖아요. 얼른 털고 나아가기 바빠야 합니다. 이젠 불법도 아닌 시술이고, 모두가 자기 자신을 위한 정당한 선택을 한 것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결코 가볍게 생각할 일 아니라는 거 알지만, 그 어느 여성이 임신 중절을 쉽게 생각할까요.. 다들 잘 견디고 계십니다. 힘내세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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