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산에서 11주2일차에 수술하고 하루 지났네요

Kim123
3 년전
저는 20대 중반 대학생이에요. 너무 막막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여기서 정보를 많이 얻었고 위로를 받아서 제 얘기도 조금 적어볼까 합니다.
사실 11주라는 시간 동안 어떻게 몰랐을까 싶고 돌이켜보면 그 사이 많은 증상이 있었는데 눈치도 못챈 둔한 제 자신이 참 한심하더군요.

평소에 저는 굉장히 규칙적으로 생리를 해요. 이상하게 최근 두달은 주기가 이상하고 양이 많이 적긴하지만 생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체형도 최근 몇년간 조금씩 살이 붙은 상황이라 다이어트를 결심만 하고 있던 상황인데요 (그래서 배 나오는 부분은 눈치를 전혀 못챘어요), 지금 방학이라 본가에 와있어서 어머니와 같이 속옷을 사러 갔는데 살이 좀 쪘다, 가슴이 커진 것 같다 라는 핀잔을 듣고 그러려니 하고 넘겼었어요.

제일 확실히 체감 했던것 하나는 7-8주차 즈음 되었을 시기에 확실한 입덧 증상이 있었어요 술을 먹거나 비위가 약해져도 토를 거의 안해본 제가 양치를 하다가 메스꺼운 느낌이 들면 토를 하기 전까지 멈추지 않았고, 아침에 빈속일때면 메스껍고 음식을 먹다가도 기분 나쁜 메스꺼움이 사라지지 않았어요. 저는 몸이 허해졌구나 하고 부모님과 유명하다는 한의원에 가서 한약도 지어 먹고 있었고 그런 상태로 3주 정도 더 지냈어요. 한약 먹어도 메스꺼움이 사라지지 않네 ㅜㅜ 하며 엄마에게 얘기하니 엄마가 너 혹시 임신했거나 그런건 아니겠지? 하시고 (생리중이라 생각했던 저는) 나 지금 생리중인에 무슨 말이야,,;; 하면서 어이없어했어요. 그때라도 검사를 해볼껄 싶네요.

남자친구와는 1년 반 동안 만나는 중이고 지금 두시간 정도 거리의 장거리 연애 중이에요. 저번 주말에 남자친구 자취방에 놀러 갔는데요, 토요일 저녁에 역시나 양치 하다 말고 토를 하고 잠들었어요. 2월 19일 일요일 오후, 챙겨온 옷을 꺼내고 집에 돌아 갈 준비를 하며 오랜만에 입는 바지를 입는데 원래 딱 맞게 입긴 했지만 단추가 잠기지도 않는 바지를 입으며 정말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정말 순간 싸-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요즘 입맛도 없고 먹는 양도 많이 줄고 계속 토하는데 이렇게 안잠길만큼 살이 쪘을리가 없다 생각하는데 남자친구가 임테기를 사다줘볼까 묻더라구요. (그 전에도 생리가 조금 늦다 하면 먼저 나서서 불안해? 테스트 해볼래? 해주었는데 항상 제가 됐어... 하고 넘기면 다음날 생리 시작하고 그랬었어요) 이번엔 한번 해봐야겠다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니나 다를까 화장실가서 소변보고 30초 정도만에 두줄이 선명하게 뜨는거 보고 화장실 입구에 주저 앉아 오열 했어요. 안돼... 정말 안돼... 안돼... 하면서 울기만 했어요 남자친구도 놀랐을텐데 그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졸업 1년 남은 제 미래와 주변 사람들의 시선 모든게 다 걱정이 들더라구요.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어요. 부모님께 말해야하나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평소에 사려심이 깊은 남자친구는 부모님이 걱정하실 것과 추후에 후회 할 수도 있을 저를 생각해 일단 알리지 말고 학생인 저를 위해 본인이 비용적인 면은 해결해주겠다 안심 시켜주어서 다행이었어요.

남자친구는 갓 이직한 직장인이고 다음날 출근해야해서 원래 혼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 같이 남친 차를 타고 같이 부산으로 돌아왔어요. 두시간 차타고 오는 길에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병원이며 가격이며 검색하다 토닥톡을 찾았고 정보를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어요. 제일 걱정된건 비용과 당일 수술 여부 였어요. 남친이 비용을 부담하고 출근도 빨리 했어야 하니까요. 급하니 남자 의사 선생님인 것, 불친절 한 것 등은 신경 쓰이지도 않았어요. 주기가 이상하고 양이 적었던 것이 생리가 아니었구나 깨닫고, 입덧 시기가 6-8 주차에 시작된다는 것을 찾아서 1월 초에 했던게 마지막 생리였겠거니 하고 8주 정도 된것 같다 예상했어요.

월요일 오전이 되었고 알아본 몇군데 병원에 전화를 해서 8주차인것 같은데 비용이 어떤지, 당일 수술 가능한지 직접 여쭤보고 한군데를 정해서 갔어요. 부산 진구에 있는 병원으로 점심쯤 갔어요. 미리 알아놓고 금식한 채로 갔고 한시간 정도 기다리고 혼자 초음파를 보러 들어갔어요. 산부인과 진료를 본적이 한번도 없던 저는 낯선곳에서 속옷을 벗고 있다는 것도 이상하고, 굴욕의자도 참 기분 나쁜데 옆에 여간호사님 한분 계시고 남자 의자 선생님 한 분이 들어오시더니 질 초음파(아마 질안으로 기계를 넣어 보는 초음파)를 보겠다며 느낌상 봉같은것을 질 안으로 넣으시더라구요(천으로 가려서 의사샘 얼굴이라 허리 아래로는 잘 안보여요). 선생님이 잠깐 동안 멈칫 하시며 반응이 이상하길래 속으로 '아 혹시 임신이 아닌데 내가 잘못 안건가' 싶었지만 갑자기 배에 문질러서 보는 초음파로 바꾸시더니 애가 많이 컸는데요 하시더라구요... 여기가 머리고 여기가 엉덩이에요 하시며... 기계로 계산해보니 11주 1일 되었다고... 저는 화면을 안보고싶었어요 최대한 천장만 보며 아 그런가요... 하며 외면하니 굳이 심장소리를 들어보겠냐느니 그런 말은 안하시더라구요. 초음파를 보시고 상담실로 들어가니 남자친구도 들어오더라구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초음파 사진을 뽑아서 들고 오셨고 남자친구와 저는 결국 짧게지만 아이를 마주했어요.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또 눈물이 많이 흐르는데 선생님이 휴지를 건내주며 빠르게 설명 이어가셨어요. 생각보다 애가 많이 크고, 11주차에는 약을 넣고 3-4시간 동안 자궁이 열리길 기다렸다 수술해야한다고 내일 해야한다 하시더라구요.

다음날인 화요일 오전에 병원에 다시 방문했고 10시 좀 넘어 수술실에 누워서 약을 넣는데 저는 정말 많이 아팠어요. 자궁 입구에 약을 넣는데 계속 밀려 나온다며 시간이 좀 걸려서 10분-15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그렇게 입원실(작은 방안에 옷장, 의자, 티비, 전기장판이 깔린 침대 있는 작은 방)에서 남자친구와 4시간을 기다리는데 한기가 너무 많이 들고 장판을 최대로 틀어도 침대에 닿아있는 부분 외에 모든 신체부분이 너무 차갑고 힘들었어요. 그렇게 아린 배와 추위를 견디다 수술실로 들어가서 영양제 주사를 놓는데 평소에 헌혈할때 혈관이 안보이고 약하다는 말을 들어봐서 알았지만 한번 잘못 놓으셨다가 바꾼 부분에 멍이 들었더라구요... 이건 워낙 자주 들어서 간호사님의 실력을 탓하고 싶진 않았어요. 항생제 알러지 반응 확인을 위한 주사도 살짝 맞아보고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어요. 마취가 들어가니 바로 잠이들고 눈을 뜨니 간호사님들이 묶인 팔다리를 풀고 계시더라구요. 수술 직후 바로 눈을 뜬 것 같았어요. 패드를 덧댄 속옷을 입혀주시고 다시 입원실 옮겨주셨어요.

입원실에 가 있으니 남자친구가 다시 왔고 저는 마취 기운은 거의 없었어요. 진통제가 돌았는지 5분 안되는 시간 잠시 아프고 이후는 최대한 힘빼고 누어있었어요. 금식 후 15시간이 지나가니 목이 너무 마른데 영양제 다 맞을때까지 참으라 하셔서 찬물로 입만 행구고 뱉고를 반복하고, 제채기 한번 하니 아랫배가 찌릿하고 질 안에 뭔가 있구나 라는 것을 느꼈어요. 그렇게 한시간 정도 이후 남자친구는 링거를 다 맞을때쯤의 시간에 맞춰 스무디를 사러 나갔고 거즈 제거를 해주셨어요. 이렇게 수술 과정은 끝났고 4시 즈음 이른 저녁을 먹었어요. 저녁에 집에 들어와 잘 준비를 하며 수술 후 주의해야할 점을 찾다가 11주차 초음파 사진, 임신 증상 등을 보게 되었고 하염없이 눈물이 나더라구요... 이게 죄책감이다, 속상함이다 이렇게 정의할 수 없는 감정에 휩사였던 것 같아요.

다음날인 수요일 소독하고 수술 경과를 보러 방문했고 다른 여선생님이 수술이 아주 깨끗하게 잘 되었고 수고 하셨다고 말씀 주셨고, 3일이나 연차를 쓴 남자친구를 급하게 보내고 집에 와 쉬다 저녁을 먹고 잠이오지 않아 새벽이 되어 두시간동안 이 글을 쓰고 있어요. 병원에서 준 약을 먹으며 쉬고 있어요 다음 방문을 토요일에 오라고 하셔서 갔다 온 뒤 추가할 내용이 있다면 하겠습니다. 예전부터 낙태에 대해 긍정적이진 않지만 개인의 자유라고 믿었던 본인이지만 막상 겪어보니 가볍게 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내가 한 선택이고 나를 위한 선택이니 후회 안하려고 해요. 대신 다시는 이런일이 있지 않게끔 더욱 주의하자고 다짐했습니다. 다들 힘 내시고 궁금하신 점은 댓글 달아주시면 최대한 도움 드릴게요.

참고로 비용은 초음파 7만 8천원 + 수술 비용 180만원 전부 현금으로 결제했고 초음파 비용은 질염 진료로 넣으시고 수술 기록은 아예 안남게 해주시겠다 하셨어요. 수술 비용에는 수술, 입원실, 추후 2주동안의 4회 관리 포함 된 가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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