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창원) 8주 수술하고 왔어요

밍9
3 년전

한 달 가까이 속이 정말 안좋았어요

먹고 바로 자는 습관 때문일까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일까 위염이나 역류성식도염쯤으로 생각했어요

처음 일주일이 넘어가자 걱정이 되었고 위내시경을 했어요 당연히 아무 이상이 없었고요

빨리 먹는 습관 때문인가 생각하며 소화제를 복용하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속이 안좋으니 거의 먹지 못했고 일주일만에 2키로 가까이 빠졌어요

이때까지는 속이 메스껍고 숨쉬기가 어려웠는데 2-3주 정도 지나니 음식을 먹을 때 욱 하기 시작했어요 

속이 안좋은 건데 구토감을 느끼니 이상하다 싶었고 이때부터 임심을 의심했어요 이때가 임심 6-7주차 였을 거예요


이때까지 임신을 전혀 의심하지 못한 것은 월 초에 짧지만 피가 났었고 몸상태가 안좋으면 생리 주기가 왔다갔다 했어서 

짧게 하고 지나가는 생리인줄 알았아요 나중에 의사선생님이 날짜 상 착상혈이라 하시더라고요


설마 임신이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바로 임테기도 하지 않고 그 다음 주가 되어서 임테기를 했어요

첫 소변으로 해야한다고 해서 새벽에 깼을 때 가족들 몰래 확인했어요

몇분 지나야 한다던 안내 사항이 무색하게 소변이 닿자마자 거의 바로 희미하게 두줄이 생겼고 점점 진해졌어요

임신인걸 안 뒤로는 생리통은 아닌 생리통처럼 배가 쿡쿡 찌르듯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예전부터 남자친구와 임신이 됐을 때 무조건 지우겠다는 이야기를 했었어서 바로 중절 수술에 대해 검색했어요

당황도 슬픔도 혼란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바로 검색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토닥톡을 알게 되었고 많은 정보를 얻었어요

아침이 되어 남자친구에게 알리면서 그제서야 울움이 났어요 전화를 끊고 회사 갈 준비를 하고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내며 아무 생각 없이 지냈어요

오후에 병원을 알아보고 토닥톡 분들이 추천해주신 곳 중에 선택했어요

기록이 안남기 위해서는 무조건 현금으로 해야한다고 해서 병원은 이 수술로 얼마나 돈을 많이 벌까. 

그래도 수술이 많은 곳이 실력이 있겠지 하는 여러가지 생각에 빠지며 병원을 예약했어요. 같은 지역에서는 하고 싶지 않아 다른 지역으로

병원을 잡았고 상담하고 초음파하고 당일 수술이 가능한 곳으로 잡았어요 

병원을 알아보는 것도 덤덤하게 잘 했지만 원장선생님과 전화 상담을 하면서 현실로 왔던 것 같아요 전화를 끊고 또 펑펑 울었어요


일찍 회사를 마치고 나와 이동해 병원에서 상담과 초음파를 했어요

배 위로 하는 초음파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길다란 막대기 같은 것을 질 속으로 넣어서 보는 초음파였어요 

너무 당황스러웠고 너무 아팠어요


그리고 6-7주를 예상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8주 5일이라고 아이가 많이 크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자궁입구가 많이 좁아서 바로 수술은 어렵고 약을 넣고 기다려야 한다고 했어요 저는 약을 넣는 것도 아팠어요


세시간 정도 지나서 다시 병원에 갔고 바로 수술 들어갔어요

굴욕의자에 손발이 묶였어요 토닥톡에서 여러 후기들을 보았기에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대자로 묶여 누워있으니 정말 굴욕적이긴 했어요


마취 링거를 맞고 기다리는데 아직 정신이 말짱한데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어요 

소독하고 확인한다고 기구를 넣었는데 처음 관계를 할때만큼 너무 아팠어요

너무 아프고 이게 정말 현실인지 힘들어서 눈물 흘리며 눈을 질끔 감다가 잠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다시 아파서 깼어요 너무 아파서 소리도 많이 질렀어요 나는 이 상황도 아픔도 견딜 힘이 없어서 그냥 참지않고 비명 질렀던 것 같아요 

수술이 끝나도 온몸이 너무 아프고 간호사가 속옷을 입혀 줄때도 너무 힘들었어요 간호사분께 기대어 회복실로 갔어요

회복실은 1인실은 아니었고 물리치료 받는 곳 같이 여러대의 침대가 있는 그런 곳이었어요 

너무 아파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만 있었어요 조금 괜찮아졌을 때 남자친구에게 너무 아프다고 울면서 전화했어요 

링거를 다 맞고 5분 뒤에 일어나 의사 선생님과 상담받으러 갔어요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고 며칠 뒤에 경과 보러 다시 방문하기로 했어요

저 바로 다음 수술하는 분이 있었는데 시계를 보니 걸어들어가고 다시 걸어나오기까지 8분도 안걸리더군요 

저는 너무 아프고 힘들었는데 그 분은 비명 소리도 안났고 혼자 걸어 회복실로 들어왔었어요 아무래도 제가 주수도 있고 자궁문도 좁아서 더 힘들었나봐요


원래 점심 때 수술하려고 아무것도 안먹었었는데 저녁으로 수술이 미뤄져서 하루 종일 굶게 되었어요 

물도 못마시고 아무것도 못 먹으니 목이 너무 타고 너무 힘들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수술 끝나고는 이온음료 마시고 밥은 1-2시간 뒤에 먹으라고 해서 집에 돌아와서 먹었어요


밤에 수술하고 첫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갔는데 큰 덩어리같은 게 나왔고 패드에도 엄청나게 많은 양의 피가 있었어요 

자고 일어났을 때도 피가 많이 났었어요 아침에만 많이 나고 낮에 생활하면서는 그리 많이 나오지는 않았어요

입덧도 완전 괜찮아지진 않았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좋아졌어요


수술을 하고 나니 그동안 걱정하던 게 사라져서 조금은 마음이 편안했어요 여전히 이 상황은 믿어지지 않지만요

저는 한 생명을 보내서 미안하다는 마음보다는 내가 중절수술을 해야하는 지금이 불법이 아닌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덕에 토닥톡도 알게 되었고 인터넷에서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저 지금은 하루 빨리 회복하여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예요


처음 의심했을 때 바로 수술을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도 있지만요

생각보다는 덤덤하게 생각보다 신속하게 모든 일이 끝났어요

요즘은 덤덤하다가도 갑자기 우울해지고 다시 괜찮아지고를 반복하고 있어요 

그러다가 점점 괜찮아 질거예요 아무도 제가 수술한지 모르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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