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울) 17주차 중기 라미X 유도분만X

lllllluv
2 년전
안녕하세요 17주 중기 중절수술하고 왔습니다..
우선 이런 일이 저에게 생길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저의 마지막 관계는 원치 않았던 끔찍한 관계였고 멋대로 질내사정을 해버려 하루하루 불안에 떨다가 며칠 뒤 일주일가량 생리를 했기 때문에 당연히 임신이 안됐다 생각하고 관계했던 남자와 연락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두달 넘게 생리가 멈춰 스트레스겠거니 하고 넘기다 테스트기를 했는데 두줄이 나왔습니다..
입덧도 없었고 태동도 못느꼈을 뿐더러 의사선생님이 배를 보시더니 윗배는 안나왔다고 원래 이정도 주수면 윗배도 나왔을 거라 했습니다..
초음파 보고싶지 않았는데 너무나 잘 보였던 건강하게 커있는 아이..
엄마가 임신을 극도로 부정하면 아이가 숨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꽁꽁 숨어 가만히 있었던 걸까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채 저는 그동안 강도 높은 주방일도 하고 술도 마시고 했는데 조금만 티 내주지 그랬다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거 먹고 좋은 생각만 하다가 보내주었을텐데 그게 참 마음이 아픕니다...
외동인 저를 애지중지 각별하게 키워준 가족들께는 세상에 이런 불효도 없을 것 같아 말하지 못해 혼자 토닥톡에서 병원을 알아보았고 수 많은 후기들 중 라미를 넣고 하면 이틀 내내 죽을만큼 아프다는 얘기가 제일 많아서 두려웠습니다.. 저는 보호자도 없고 도저히 혼자 그 아픔과 외로움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라미 없이 당일 수술 가능한 병원으로 왔습니다.

비용은 주수가 주수인만큼 어느정도 예상하고 온터라 무덤덤했고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처음으로 대출을 받았습니다.. 수중에 이만큼 돈이 있었다 해도 명품 가방을 덜컥 살 만큼 여유있는 게 아니었거든요..

어쨋든 상담해주시는 간호사분이 마치 친언니처럼 정말 편하게 대화해주시고 걱정해주시면서 가격도 최대한 맞춰주셨습니다.. 이왕 하는거 저는 영양제든 뭐든 다 맞았습니다.. 이거까지 돈 생각해서 안맞으면 제 자신이 너무 안쓰러울 것 같았거든요..

수납은 계좌이체 후 소변 한번 비운 후 회복실에서 자궁을 부드럽게 해주는 수액같은 약을 맞다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니 소변 한번 더 비우라 하셔서 화장실 다녀온 후 곧바로 수술실 가서 수면마취 후 수술했습니다.

혹시 마취가 깨거나 그러나요? 라고 질문 후 그럴 일 없으니 걱정마시라는 원장님 말을 마지막으로 잠들고 눈뜨니 25분정도 흘러있었습니다.
제가 평소 몸이 약한 편이 아니어서 그런지 조금 어지럽다 생각드는 정도로 간호사 선생님 부축 받고 회복실 들어와서 나머지 영양제 등등 맞고 좀 잤습니다. 통증은 생리통 딱 첫날 둘째날 심할때 정도? 그리고 임신 증상을 전혀 못느꼈다 했지만 확실히 수술 하고 나니 무언가 답답했던 배는 더이상 답답하지 않았고 배도 조금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즈를 빼주신다고 하셔서 거즈를 빼니 통증도 많이 사라지고 한결 편했습니다. 주수가 크고 염증도 있어서 거즈 빼고 출혈량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하셔서 더 마음이 놓였던 것 같습니다.
엄마같은 원장님을 비롯해 간호사 선생님께서 비타민 같은 것도 챙겨주시고 정말 제가 혼자인가 싶을 정도로 많이 의지가 됐습니다...

혹여나 집으로 간 후 피가 많이 나와 쓰러지게 된다면 응급실을 가야 할 수도 있는데 가족 그 누구도 모르니 꼭 친구나 누구 한명은 동행할 수 있도록 부탁하라고 하셨습니다. 회복실에 누워 지금까지의 상황을 적어봤는데 궁금하신 거 댓글 적어주세요..

며칠 동안 끙끙 앓으며 두려움에 떨던 게 무색할 만큼 정말 괜찮은데 머릿속에 초음파는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엄마가 나중에 준비되어 아가 하고싶은거 다 해줄 수 있을 때 다시 찾아와줘 .. 그때는 내 전부를 내주어서라도 사랑으로 키워줄게.. 미안해 이름도 없이 가버린 나의 영원한 첫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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