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주차 흡입술 이후 8일차 후기 (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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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년전
안녕하세요. 다들 결심하시고 들어오셨을 테고 대부분 혼란스러운 상태로 정보 얻으려고 찾아오셨을 거라 생각되어 도움이 될까 싶어 적습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먼저 마지막 생리 시작일은 8월 3일이었고, 9월 20일 수술했습니다. 8월 24일 관계 후 방광염에 걸렸고 그 땐 그저 관계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임신 초기 증상인 것 같더라구요. 방광염 연관 검색어에 ‘방광염 생리지연’이 있길래 그래서 늦어지나 싶었고, 생리통처럼 한 번씩 배가 쿡쿡 쑤시길래 그냥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입덧이 시작됐고 다음 날 임테기 해보니 선명한 두 줄 나왔습니다.

입덧은 그냥 하루종일 술 많이 먹은 것처럼 속이 안 좋고 한 번씩 헛구역질이 나왔습니다. 입덧을 하면서 이미 임신 사실을 확신했고, 임테기 보자마자 그 날 바로 병원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그 때 네이버 검색하다가 토닥톡을 알게 됐고 임신중절수술을 하는 병원이 몇 없을 거라 생각해 병원 정보 구하는 글도 올렸고 세 군데 정도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치만 더 알아보고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에 ‘광주 산부인과’ 검색해서 전문의 필터 씌우고 나오는 병원들 몇 군데 직접 전화해 봤습니다. 세 군데 정도 전화를 해봤는데 그 중 토닥톡 답변 받았던 병원이 두 군데였습니다. 모두 전화로 임신중절수술 가능하냐 여쭤봤더니 한 군데는 직접 와서 상담해야 한다 하시고 나머지는 전부 마지막 생리 날짜를 물어보셨고 모두 당일 수술 가능하고 비용까지 알려주셨습니다.

추천받은 곳이었던 병원은 초기 수술비용, 영양제, 유착방지제 포함 50이었고, 다른 한 곳은 수술비용 5-60, 검사비 7, 유착방지제 10, 영양제까지 하면 거의 90정도라고 하셔서 비용 부담이 적은 곳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거리는 왕복 두 시간 정도였고 빈속으로 가서 바로 수술했습니다.

혼자 병원에 도착해서 원장님과 상담했는데 남성분이셨고 이런저런 자세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설명 듣기 전에 초음파 봤는데 아기 형체는 없고 아기집만 작게 보였습니다. 원장님이 보시더니 4-5주 정도 된 거 같다고 하셨어요. 수술 방식은 두 가지가 있는데 큐렛(꼬챙이 같은?)으로 긁어내는 소파술, 직접 내시경으로 보면서 플라스틱 튜브로 흡입하는 흡입술이 있다고 하셨고 흡입술로 진행한다고 하셨습니다. 유착방지제도 직접 보여주셨고 흡입술이 더 안전하다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병원에서도 이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 수술하는 경우도 많고, 지금까지 단 한 명도 후유증을 겪지 않았다, 여의사는 대부분 경험이 적다고 하셔서 나름 안심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의사가 남성이라고 해서 전 따로 거부감이 들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그런 거 신경 쓸 겨를도 없었구요. 수술 후 시간이 지나면 산부인과 의사들도 수술 여부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하시더라구요. 나중에 임신할 때도 말 안 하면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상담이 끝나고 전화로 남자친구 수술 동의 확인하고 알약 주시길래 물이랑 먹고 수술실로 올라갔습니다. 물 포함 금식이라고 하셨는데 약 먹을 때 물은 마셔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굴욕의자에 누워 주의사항 들으면서 팔 묶고 왼 팔에 수액같은 거 맞으면서 대기하는데 간호사분께서 긴장하지 말라고 말 계속 걸어주시고 완벽한 피임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ㅎ… 그러다 원장님 들어오시고 마취주사 놓는다고 1부터 세라고 하셔서 소리내서 세다가 17정도에 기억을 잃었고, 수술이 끝나고 잠깐 일어나서 회복실로 부축받으며 걸어갔는데 제가 마취가 안 됐는지 중간에 발로 찼다고 하시더라구요. 너무 죄송스러웠는데 깨자마자 통증에 정신이 없어서 아무말도 못했습니다…

회복실에 눕자마자 아랫배가 생리통보다 심하게 아파서 빨리 잠들어야겠단 생각에 영양제 맞으면서 한 시간 정도 잔 것 같아요. 생리통이 심할수록 고통이 심하다고 하더라구요. 전 심한 편이라 많이 아팠는데 영양제 다 맞고 깨니까 진짜 미미한 통증만 있길래 택시타고 귀가했습니다. 당일 첫 식사엔 죽이 좋다고 하셨고, 자극적인 거, 기름진 거, 차가운 거, 날 거, 술, 커피 모두 수술 후 1-2주는 장운동이 활발해져 피하는 게 좋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전 집 와서 죽 시켜먹고 금요일에 수술해서 주말 내내 집에서 안 나가고 누워만 있었습니다. 집에선 죽, 샐러드, 냉면 몇 젓가락만 먹었어요. 생각보다 입맛이 없더라구요. 약도 잘 챙겨먹었고 잠도 푹 잤습니다.

근데 수술 당일 피 한두방울만 나오고 6일차까지 피가 아예 안 나오고 통증도 미미한 생리통 정도로만 있어서 병원에 물어보니 괜찮다고 2주안에 피 나올 거라고 하셨어요. 피가 나오면서 찌꺼기 같은 걸 빼줘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평일에 일상 복귀하고 3시간정도 서서 일하다보니 7일차에 극심한 통증과 함께 피 나왔습니다. 생리 때랑 비슷한 것 같아요. 저는 수술 날짜 기준 2주 뒤에 내원해서 상태 보고 소독한다고 하셨어요.

이렇게 정리해서 처음 쓰는 글이라 너무 횡설수설인 거 같지만 궁금하신 점 물어보시면 다 답변해 드릴게요! 제가 워낙 이미 벌어진 일에 미련 갖지 않는 성격이라 그런진 모르겠는데 수술 시간도 10분정도로 짧고 한 번이면 부작용도 거의 없다고 들어서 그냥 덤덤하게 수술 받았던 거 같습니다. 아기를 지운다기 보단 아기집을 허문다고 생각해 죄책감도 별로 없었던 거 같습니다. 책임지지 못할 행동을 하는 것보단 이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죄책감이 심하시다면 아기보다 본인을 더 위하고 생각해 주세요. 내 자신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아직은. 나중에 엄마가 될 준비가 되면 그 때 아기만 생각해도 늦지 않아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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