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14주차 중절 후기입니다..
여기 올라오는 모든 케이스들이 다 그러하겠지만, 특히나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었고
그렇기에 제 후기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남깁니다.
생리가 워낙 불규칙해 3달정도 거른 적도 있었어서, 그리고 워낙 입덧이나, 소화불량 일절 없었어서 12주차나 되서야 알게되었습니다..
저조차도 믿을 수 없었고 말로만 듣던 임신이라니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남자친구와 진지하게 만나고 있던 중이었고 개인적 신념과 가치관, 그리고 아가의 옆모습
초음파사진을 보니 세상 어느것보다 지켜주고싶다라는 모성애라는게 제게도 생기더군요..
양가에 임신사실을 밝히고 발칵 뒤집어진 후, 남자친구 집안 쪽의 정말 득달같은 반대로 여러 갈등 끝에 아가를 보내주기로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아가의 존재를 알게된 제 인생 최고의 2주이자, 보내기까지 퉁퉁 부은 눈으로 울며 잠이 안든적이 없던 제 인생 최악의 2주였습니다..
수술 마음 먹고 바로 전 3~4시간 까지도 아가를 살려달라고 애걸복걸 빌어도 봤는데, 그 마음은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신사동의 유명한 병원으로 예약했고, 당일 오전 11시까지만 오면 당일 수술 진행 가능하다고 하여 진짜 딱 11시 조금 넘어서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늦은 이유는 제가 아가 살려달라고 한번만 더 생각해달라고 애원하다가요...)
초진진료카드 작성하고, 혈압재고, 초음파보며 의사상담을 했습니다.
이후 마취수술에 대한 동의서 작성하는데 남자친구도 마음이 약해져 동의서에 서명을 끝끝내 하지못해 시간이 또 지연되고
여차저차 서명을 시키고 수술 전 자궁을 부드럽게 해주는 약을 넣으러 의사실(?)에 다시 들어갔는데,
띄어진 초음파사진을 보고 다시 한 번 오열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수술을 포기하게되었습니다.
인근 한강 주차장으로 이동해 한참을 부둥켜 안고 울다가, 결국 현실적인 방안으로는 아가를 지금은 보내주는 게 맞는 것 같다는 답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다시 한 번 굳게 먹고, 당일 수술을 못하면 내일은 또 마음이 바뀔 것 같아
오후에 수술 받아줄 수 있는 야간진료하는 곳에 모두 컨택을 해보았으나, 주수가 크다보니 오후 수술은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만 무수히 받았습니다.
간신히 잠실새내역 부근 개원한지 20년 넘는 산부인과를 찾았고,
늦게리도 수술 가능하다는 답을 받아 바로 2시 30분쯤 내원하였고, 3시쯤 투약하여 오후 7시 30분 수술을 잡게되었습니다.
투약 후, 정말 아무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정확하게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도록 했던 것 같습니다.
지하철로 잠실역으로 이동해, 롯데백화점과 월드타워몰을 뱅뱅돌다 다시 잠실새내역으로 돌아와 깔끔해보이는 모텔을 하나 잡고,
둘이 꼭 껴안고 있다가 남자친구가 제 아랫배를 쓰다듬다 울음이 터져 한참을 부둥켜 안고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그 전날 남자친구와 저는 3일간 잠을 아예 자지 못해, 울다가 픽 쓰러져 한시간정도 잠을 잤습니다.
7시쯤 다시 내원하여 진통제와 항생제를 주사제로 놓아주시고, 수술 시간에 이르기까지 특히나 마음으로 정말 많이 운 것 같습니다..
7시 30분 되기 10분 전, 수술 가운으로 갈아입고(하체만 탈의하고 상체는 그대로 옷을 입고 위에 가운만 걸쳤습니다)
간단한 항생제 테스트를 한 뒤, 원장님이 들어 오시고 마취약이 들어 온다는 안내와 함께 눈을 떠보니 안정실이었습니다.
수술은 잘되었다고 하셨고, 진통제를 투약해 주셨으나 생리통만한 통증이 자꾸 몰려와 추가로 진통제를 투약해 주셨습니다.
기타 영양제도 다 맞고, 아가가 없어진 홀쭉해진 배를 부여잡고 남자친구와 또 한참을 울었습니다.
오버나이트 입는 팬티형을 미리 사두어서 다행인게, 수술을 마치고 집에 오는데 2시간도 안걸렸는데도 흠뻑 젖어 있더군요..
수술 하시는 분들은 오버나이트 입는 팬티형 이틀치는 구비해 놓으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집에 가는 길 내내 또 울다가, 하루 종일 금식한 탓인지 배가 너무 고파
집에서 엄마가 끓여주신 미역국을 먹고 12시쯤 잠이들어 간만에 풀숙면을 했습니다..참 못나게도...
어쩜 우리 착한 아가는 제게 와준 순간부터 먼저 보내는 그 때까지 제게 고통 하나 안남겨줄까요...
저는 아가에게 준게 하나도 없는데...오히려...어른들의 이기심으로 아가를...우리 아가 천국에 있겠죠?
무결하고 죄가 없으니 천국에서 잘 지내고 있겠죠? 참...지켜주고 싶었고, 세상에 나오면 해주고 싶었던게 너무 많았는데...
부모 될 자격 없는 엄마아빠에게 와줘서 고생만하다가게 해 마음이 찢어지네요...
한 동안 많이 아플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