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톡

[서울] 어쩔 수 없었던 20주 중절수술...

1 개월전
어제 수술 받고 하루 지났는데 아직도 실감이 안 나네요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저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적어봅니다
정밀 초음파에서 연골무형성증 소견이 나왔을 때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기형아 검사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갑자기 이런 진단을 받으니 며칠을 울기만 했던 것 같아요
남편이랑 정말 많이 이야기하고
대학병원 교수님께도 여러 번 물어보고...결국 중절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근데 20주라서 받아주는 곳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토닥에서 여러 군데 알아보다가 지금 병원을 알게 됐는데 전화 상담 때부터 느낌이 달랐어요
다른 데는 사무적으로 가격이랑 일정만 얘기하는 느낌이었는데
여기는 제 상황을 먼저 물어봐 주시더라고요

상담 당일 원장님 뵀을 때 긴장을 많이 했는데
20년 넘게 이쪽을 전문으로 하셨다고 하시면서 차분하게 설명해 주셨어요
제가 제일 걱정했던 게 라미나리아였거든요
후기 찾아보면 그게 제일 고통스럽다고 해서요
근데 원장님이 라미나리아 없이 진행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ㅠㅠㅠ

<많이 무섭죠? 근데 생각보다 금방 끝나요 제가 열심히 수술 할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 말이 진짜 위로가 됐어요 확신을 주시는 말이라서...
현실적으로 말씀해 주시면서도 공감을 해주시니까 오히려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수술 당일 아침에 금식하고 갔고요
회복실에서 수액을 오래 맞은 뒤에 수술실로 이동했어요
수면마취라서 주사 맞고 눈 깜빡했는데 벌써 끝나 있었어요
진통도 없었고, 자다 깬 느낌이었어요

근데 문제는 마취 깨고 나서였어요
어지러움이 장난 아니었어요
눈을 뜨는데 천장이 빙빙 돌고 속이 울렁거려서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간호사 선생님한테 말씀드렸더니 수면마취 후에 이런 분들 종종 계시다고, 천천히 일어나도 된다고 하셨어요
제일 좋았던 게 회복실에서 시간제한 없이 쉴 수 있었던 거예요
제가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려주셨어요

한 시간 반 정도 누워있다가 어지러움이 좀 가라앉고 나서야 일어났어요
중간중간 간호사분이이 와서 괜찮은지 체크도 해주시고요
아직 마음은 많이 복잡하지만, 몸은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아요
전 이 결정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하려고요
같은 상황에 계신 분들,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저도 아직 울컥할 때가 많지만 하루하루 버텨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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