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톡

[서울] 6주 중절수술 언니랑 다녀왔어요

1 개월전
저는 21살이에요 그냥 평범한 여자고 자취하고 있고요
이번에 실수로 임신을 하게 됐어요
진짜 처음엔 너무 놀라서 멘붕이었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어서 그냥 멍 때렸던 것 같아요
부모님한테는 죽어도 말 못하겠더라고요 그럼 진짜 죽을 수도 있어서...
그래서 친언니한테 먼저 연락했는데 언니가 저보다 더 놀란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제가 계속 울면서 전화해서 그런지 아무 말 안 하고 일단 집으로 오라고 했어요
언니 집에서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병원 알아보자고 해서 둘이 폰 붙잡고 산부인과를 막 뒤져봤는데
언니가 여의사가 수술 많이 한다는 글 봤다고 해서 거기로 예약 잡았어요
병원 도착해서 접수하고 대기하면서 언니랑 계속 손 잡고 있었는데
그때까지도 너무 떨려서 다리 덜덜거리고 있었어요
그냥 엄청 긴장했고 엄마한테 혼날까봐 무서운 느낌이었어요...
근데 여기 원장님은 표정이 딱딱하지 않고 좀 밝은 편이셨고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해주셨어요
바로 상담 시작하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쏟아져서 제정신 아니었어요..
옆에서 언니도 울먹 거리고ㅠㅠㅠ 근데 원장님이 당황하지 않고 잠깐 기다려주더라고요
그러면서 휴지 챙겨주면서 편하게 생각하라고 하는데 갑자기 너무 창피하고
부모님한테 말은 안했지만 미안하고 엄청 이상한 마음이었어요
진료 들어가니까 초음파로 확인해주셨고 아기가 몇 주인지 한 번 더 체크해줬어요 6주차에 들어섰다고 하셨어요
이 시기에 수술하는 게 몸에 무리가 덜 간다고 알려주셨어요
수술 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줬는데 흡입술이라고 하는 거였고 수면마취로 진행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수술 중에는 아프거나 불편한 거 못 느낄 거라고 설명해줬는데 또 한 번 울컥함…
간호사 선생님도 옆에서 자꾸 토닥여줘서 좀 민망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ㅠㅠ
수술비는 솔직히 저한텐 비쌌던 금액인데 다행히 언니가 일부 도와준다고 해서 해결됐어요
상담 끝나고 동의서에 작성하는데 간호사님? 실장님? 자세히 안내해주셨고 꼼꼼하게 읽어보라고 하셨어요
수술 예약하고 사인하니까 그제야 실감 나더라고요
수술 하는 날에는 솔직히 어버버 하니까 어느새 마취하러 들어가고 수술실이고 정신차리니 회복실이고 그랬어요
마취 주입되니까 금방 잠들었던 것 같아요 깼을 때 온몸이 무거웠어요
회복실에서 좀 쉬다가 원장님 다시 와서 경과 확인해줬어요
큰 문제 없으니까 퇴원해도 된다고 하고 처방전 받아서 약국 들렀다가 바로 집으로 왔어요
집 가는 길에도 계속 멍 때리다가 언니랑 아이스크림 사먹고...
집에서는 하루 종일 잤던 것 같아요 잠 깨면 물 마시다가 또 자고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까
이틀 정도 지나니까 몸 상태 많이 좋아졌어요
지금은 출혈 거의 없고 복통도 미미해요 살짝 묵직한 느낌만 남아있어서
언니가 아랫배 따뜻하게하라고 해서 전기장판 약하게 틀고 핫팩 배에 올려 놓고 있어요
그냥 죄책감 비슷한 감정 때문에 가끔 울컥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앞으로 이런 일 절대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고
그냥 빨리 완전히 회복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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