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톡

[고양] 8주차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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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년전
너무 끔찍하고 다신 겪고싶지 않은 경험이라 저 자신도 기억을 상기시킬 겸 도움되실 수 있을 듯해서 후기 남깁니다.

12월 중순에 마지막 관계였고 발기가 풀려서 사정도 하지않고 중단했기때문에 임신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중간에 풀려서 피임이 제대로 안된걸수도 있겠네요.

1월 중순에 정상적으로 생리를 했고 원래 주기도 일정치 않아서 1~2달 건너 뛰는 경우도 다반사라서 임신일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어요ㅜㅜ 지병이 많아서 몸이 건강하지 못하다보니 늘 컨디션이 안좋을때가 많아서 입덧도 위염이라 생각하고 임신한 상태로 매일 약 복용에 mri도 찍고 수면마취도 하고 장난아니였거든요.. (저혈압,위염,기관지 천식,미주신경성 실신,약물 알레르기 등등)

1월에는 생리를 했고 2월에 생리를 안하길래 혹시나해서 임테기 해봤더니 선명한 2줄.. 혹시나해서 한개 더 썼는데 역시나 선명한 두줄이였어요. 바로 산부인과 가서 확인하니 8주 3일이고 시기에 비해 아기가 크다고 했어요. 미혼이지만 남자친구랑 3년 넘게 만났고 나이가 있다보니(30대 초중반) 낳고싶은 마음이 반정도는 있어서 결정을 못했다고 하자 의사선생님이 산모등록이 되고나면 중절수술이 불가하니 잘 생각해보라고 하셨어요. 집에와서 어머니와 남자친구와 상의해본 후 저의 건강 문제로 아이도 아픈아이가 나올까봐 바로 당일에 중절을 결정했습니다.
8주 3일차였고 수술 당일인 오늘은 8주 4일차 였습니다.
9주가 넘어가면 이 병원에서는 수술할 수 없다고 하셔서 최대한 빠르게 예약했어요.

다행이 초음파 검사한 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했고 어제 12시부터 금식, 오늘 오전 9시쯤 병원에 가서 자궁 입구 벌리는 약을 넣었습니다. 아기가 커서 이 과정을 꼭 거쳐야한다고 하셨어요.

저는 천성적으로 겁이 엄청나게 많고 예민한 성격이예요ㅜㅜ 의사선생님은 여성분이셨는데 무척이나 차분하게 평소 겁이 많은지, 이런 수술은 처음인지 물으시며 약넣으면서도 제 이름도 불러주시고(실신할까봐 의식이 있는지 대답하라고 여러번 물으셨어요) 친절하게 해주셔서 마음이 놓였어요.
자궁입구 벌리는 약은 묵직한 생리통처럼 뻐근했어요. 근종이 있어서 평균보다는 생리통이 심한 편일거라 하셨는데 제 기준으로 생리통은 아픈 축에 끼는 통증은 아니라서 벌리는 약은 아프지 않았습니다.

수술비 97만원정도 + 비보험 약값 2만원 + 영양제는 5만원, 8만원 중에 고르라해서 8만원짜리로 놓았습니다. 카드결제 했습니다.
수납 후 9시부터 1시까지 침대에 누워서 남자친구와 대기했고 입술이 바짝 마를 정도로 목이 엄청나게 말랐네요ㅜㅜ
보호자 없이 가셔야하는 분들은 혼자가지 마시고 친구라도 꼭 동행하세요.. 엄청나게 의지가 됩니다.

수술 들어간다고 속옷벗고 옷갈아입고 대기를 하는데 대기 중에 이게 맞는 결정인지 고민이 많이 되더라구요. 아가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마치 이런 고민을 하는 자체가 영화 속 한장면 같다 생각하면서 수술대에 누웠습니다. 수술실은 굴욕의자+침대 느낌이였는데 팔다리를 단단하게 고정시키더라구요. 토닥에서 후기를 많이 읽어 봐서 알고있었지만 이걸 몰랐다면 무서워서 울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의사선생님이 들어오셔서자고 일어나면 끝나있을거니 걱정말라하시며 마취제를 놓고 심호흡 3번 하라 하셨는데 3번째에 정신을 잃었습니다.

저는 중간에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온 병원이 떠나가게 소리를 질렀다고 하네요. 꺄악 거리는 비명소리에 아파 아파 아아아악 이러는 소리에 대기손님들이 저사람 뭐하길래 저렇게 소리지르는거냐, 아이 아빠는 같이온거냐 괜찮은거냐 카운터에 물어볼정도로 큰소리였고 중간에 마취가 몇번이나 깨서 약도 고용량으로 더 많이 투여했다고 합니다ㅜㅜ 제가 진통제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진통제는 없는 상태로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15분~20분이면 끝나는데 40분이 넘게걸렸다고 하더라구요. 수술 도중에 아파 아파 발버둥치며 소리를 지르다 정신이 들었고 간호사 분들이 소리지르는 제 입을 막고 있었어요.. 제가 의식이 드니까 간호사분이 환자분 의식이 돌아왔냐 물으시더니 제발 소리지르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시길래 죄송합니다ㅠㅠ 너무아파요 죄송해요 아아악 이랬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수술이 끝나고 간호사분 부축을 받아 회복실로 옮겨져서 남자친구를 만나고 얼굴보자마자 아프다고 엉엉 엄청 울었습니다ㅜㅜ 저는 흡입술로 진행 했고 수술 직후에 생리통과는 비교할수없을 정도로 칼로 쑤신듯한 통증이 있었어요. 한 5분정도 마취가 깰때 헛소리를 하더니 토를 했고(이거는 의사선생님께서 마취제를 정량보다 더 넣어서 그런것 같다고 하셨어요) 토하고나니 배도 안아프고 멀쩡히 집에 왔습니다.

집에와서 밥먹고 약먹고 남친 옆에서 조금 자다가 지금 깨서 후기 적습니다. 저처럼 지병이 있어서 몸이 약하거나 겁 많고 엄살 심하신 분들께 제 후기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입덧이 너무 심해서 2주정도 밥을 제대로 못먹고 물만 먹어도 토하고 하루에 밥 두숟갈 정도로 2주정도 연명하다보니 체력이 거의 탈진된 상태였어요. 지난주에는 길 걷다가 쓰러진 적도 있었거든요. 어제까지만 해도 호르몬 때문인지 감정기복이 심해서 너무 심란하고 이게 맞는건가 싶고 새벽 3시에 남친깨워서 끌어안고 울고불고 너무싫다 믿기지가 않는다 난리를 쳤는데.. 지금은 정신적인 컨디션이 임신 전으로 돌아온 것 처럼 매우 후련합니다.

저는 어릴때부터 엄마가 되는게 꿈이였어요. 찾아와준 아가한테 너무 미안하고 그냥 낳을까 고민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몸이 아프게 몇십년을 살면서 겪은 고통을 혹시나 이 아이가 똑같이 겪을까봐 그게 두려워서 이런 결정을 했습니다. 어제 하루 정말 많이 울었고 아픈 몸으로 태어난게 너무 원망스러울 정도였어요. 링거맞다가도 호흡곤란이 온 적이 있어서 약물을 아무거나 쓸 수 없어서 거의 모든 수술을 진통제 없이 진행해야 하거든요ㅜㅜ

주수가 차서 아가가 더 커지기 전에 결정을 하시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너무 친절하고 차분하셔서 의사선생님께 감사드렸어요. 다음주에 소독하러 병원 3번 나와야한다고 하셨습니다. 보호자 없이 수술하는 병원 묻는 분들 많으시던데.. 친구라도.. 인터넷 지인이라도 병원에서 괜찮다고 한다면ㅜㅜㅜ 꼭 누군가와 같이가서 수술 받으시길 권장드려요.. 혼자라는 것에 트라우마가 될 것 같습니다..ㅠㅠ 그리고 저 스스로 앞으로 실수하지않도록 상기시키려고 들어와서 읽어볼 예정인데 병원정보나 궁금하신점 댓글 달아주시면 최대한 공유할게요.. 이런 커뮤니티가 있어서 너무 다행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 읽으시는 모든분들 다들 마음이 복잡하겠지만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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