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문) 12주 6일 거의 13주 중절 후기
현실적으로 쓸게요
이틀 전 토요일에 12주 4일 된 아이를 가졌단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원래 생리도 불규칙하고 심하면 한 달 건너뛰기도 했어서
생리 안 하는 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게다가 이 시국이란 게... 아무래도 백신 맞고나니 백신 부작용 때문에
생리가 더 늦어지나 보다... 그렇게만 생각 했었구요.
그렇게 생리 안 한지 3달이 되자, 좀 이상했죠.
아무리 스트레스와 백신 부작용이 겹친다고 해도
이렇게 까지 늦춰진다는건 아무래도 이상해서 병원 갔고요.
그렇게 상상도 못 했던 임신 사실을 알게 됐어요.
정말 남들 다 한다는 입덧, 매스꺼움, 구토, 반복적인 수면증상
이런 건 저는 하나도 없었어요....; 생리만 안 했지...
진짜 죽고 싶었고 자살 생각도 했는데 정신 차리고 수술 잡았죠.
이틀 지난 오늘 수술 받고 집에서 기운 차리고 있고
조금이나마 위안과 현실적 조언 드리고자 후기 써요.
남친과 헤어진 상황이라 보호자 없이 친구 동행으로 갔어요.
처음에 자궁 문 여는 약을 넣는데 이게 미친듯이 아픕니다.
순간 출산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듯 했을 정도로...
생리통의 열 배 정도 되는 생리통 같은 아픔을 5분 정도 겪었어요.
시간 좀 지나니 통증은 처음보다 가라 앉았구요.
근데 고통이 아예 끝난 건 아니더라구요
회복실에서 3시간을 기다린 후에 수술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3시간이 30일 같았습니다.
누워 있는데 점점 통증이 심해지면서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연속적으로 끊임없이 반복됐어요.
생리통 평소에도 심한 사람인데, 그 고통의 10배 정도...
물론 개인차는 있겠죠. 전 원래 너무 심한 편인데 거기서 열배 더 아픈..?
너무 아파서 한 자세로 1분 이상 못 있고 계속 움직이고 꾸물댔어요.
이건 고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죽고 싶어서 진통제 못 넣냐 물어보니
수술 전엔 안 된다고 참으라고 방법 없다네요...
제가 생리통이 원래 심해서 죽고 싶을만큼 아팠던 건지,
아님 원래 이렇게 아픈 게 맞는 건진 모르겠어요 처음이라.
살면서 그냥 죽고싶을 만큼 그렇게 아픈 생리통은 처음이에요.
그리고 먹는 약도 두 번 먹었는데 시간 지날수록 울렁거리고
생리통과는 다른 느낌으로 배탈 느낌으로 배가 아프더라구요.
혹시나 싶어 화장실 갔더니 설사를 끊임 없이 했습니다....
그렇게 화장실 세 번 정도 가서 설사를 했고,
데스크에 말씀 드리니 약때문에 그런 거라며 더이상 약은
드리지 않겠다고 하셨고 수술시간 한시간 당긴다 했어요.
한시간 당겨서 수술실에 들어갔고 너무 무서워서
이것저것 질문하다가 심호흡 하래서 했구요...
목에 이상한 소독약 맛이 나서 간호사님께
"이상한 맛이 나요"라고 말하는 동시에 제 기억은 사라졌네요..ㅎ
저 깨우는 소리에 일어났고 어질어질한 상태로 회복실 갔어요.
눕는 순간 정신이 확 들면서 엉엉 울었네요...
아 수술 끝났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
별이 된 아이에게도 너무 미안하고 죄책감 느껴지고,
고생하는 제 자신도 너무 안쓰럽고,
그냥 죽고싶을 만큼 아픈 과정을 견뎌낸 제가 불쌍해서...
남자는 아무런 고통도 안 받는데 여자 혼자 이런 걸 겪는 게 참...
별의별 생각과 함께 아이에게 미안함이 커서 정말 엉엉 울었어요.
간호사님이 많이 아프냐고 물어보셨는데 아이한테 미안해서 그렇다면서
진짜 목놓아 울었네요.. 누가 듣든 말든 신경 안 썼어요 너무 서러워서..
영양제랑 유착방지제? 맞았는데 5분 정도 걸렸어요.
풀로 빠르게 틀어주신 듯..?
지금 집에서 몸조리 중이에요. 속도 허하고 기분도 허해서
계속 이것저것 먹게 되네요...
친구가 미역죽 사줘서 미역죽 먹고 단것만 계속 먹고 있어요...
아 대기실에 4-50대 아줌마 환자들 몇 있던데,
젊은 여자가 수술복 입고 돌아다니니(본인)
이상한 눈빛으로 계속 쳐다보더라구요..
아마 한국 아줌마들 특유의 상상력과 오지랖으로
별의별 생각하며 드라마 한 편 쓰시며 쳐다보는 분들 있을 수 있어요.
그런 눈빛에 상처받지 말고, 기죽지 말고 당하게 행동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오히려 아줌마들한테 뭘 보냐는 눈빛으로 반격하며 당차게 행동했거든요.
아이를 보낸 죄책감은 있을 수 있겠지만,
제 3자의 타인에게 우리가 잘못한건 없잖아요?
우리는 죄인이 아니에요. 그런 시선 받을 이유도 없고,
혹시나 언짢은 시선 받는다면 기죽지 마세요.
사정 모르는 남을 빤히 쳐다보는 게 예의가 아닌거지,
우리는 죄인이 아닙니다.
그리고 마음 단단히 먹으세요.
수술 전 과정이 생각보다 꽤 고통스럽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개인차는 있을 거고, 무난하게 지나갈 수도 있죠.
다만 혹시 모를 고통을 대비해 마음 단단히 먹으면 나쁠 거 없잖아요.
심리적인 고통도 그렇고... 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