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톡

수술 후기, 이후 우울감과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담은 이야기.

4 년전
글을 쓸까 말까 고민을 하다 여느 후기를 남겨주신 분들이 그렇듯 저와 비슷한 고민, 마음을 가지고 계실 분들께 소소한 위로를 전해 드리려 글을 씁니다.

저는 2월 4일 5시쯤 수술을 했고, 오늘로 5주가 조금 안되었습니다. 방금도 남자친구와 다투고, 아 이제는 내가 정말 마음을 내려놓아야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20대 후반 동갑내기, 사회초년생. 서로 외로움이 컸고, 둘다 술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술 한잔으로 시작된 만남이 결국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까지 이어졌습니다. 남자친구와 저 모두 임신을 마주하는 것이 처음이였고, 그 과정에서 여러 이유로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어요. 남자친구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금전적인 여유가 없었기에 저 혼자 비용을 부담했고, 그 부분에 있어 남자친구는 지속적으로 미안한 마음을 많이 표현 했습니다. 저는 머리로는 그럴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했지만, 마음으로는 실망감이 들 수 밖에 없었죠. (수술 당시 남자친구가 이렇다 자신의 상황을 설명을 해주기 보다는 제가 먼저 물었거든요.) 하지만, 지나간 일이고 네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내게 최선을 다 해달라 부탁했습니다. 후로 잘 지내는 듯 보였지만, 조금씩 마음에 금이 가고 있었나 봅니다.

남자친구의 소소한 힐링은 퇴근 후 집에서 마시는 소주 한 잔 입니다. 저 또한 술을 좋아하지만 혼술을 즐기지는 않고, 술 보다는 자리를 좋아하는 편 입니다. 수술 후 컨디션에 유의하라는 말에 저희 둘 모두 금주를 했었는데… 남자친구는 개인적인 일로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혼자 술 한 잔을 한 후, 제게 전화해 ‘이런 상황에 술을 마실 수 밖에 없는 자신이 싫다’며 전화를 걸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마셔도 괜찮다, 마음쓰지 말라고 했더니 그 후로 한번씩 기분이 좋거나 힘들때 ‘술 한잔 하겠다’고 제게 이야기 했습니다. 저와 함께 밥을 먹을때에는 술이 생각나니 술 안주는 피하거나 참아보겠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렇게라도 남자친구가 편해보여 허락 했는데 점점 그것이 편해지는 모습이 야속하고 미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저는 아직 아픈데.. 자신의 일상을 먼저 찾아가는 것이 질투가 났다고 할까요. 하지만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몸도 마음도 괜찮은 척, 그 사람에게 여전히 기댈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처음엔 수술이 제게 이렇게 큰 영향을 줄지 미처 몰랐습니다. 그저 생명을 지운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던 것 같아요. 허나, 수술 이후 달라진 제 일상에 저는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려 두 시간을 헤매거나, 잠시 산책을 해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거나, 기분이 좀처럼 다스려지지않아 엉엉 울다가 또 웃다가를 반복.. 컨디션 회복을 위해 남자친구 집에서 거의 반동거를 하는 것처럼 지냈었는데 재택근무를 하는 저는 어느새 남자친구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에게 의존적으로 변해가는 스스로의 모습이 한심하면서도 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해 그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저를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이런 내 마음을 털어놓고 서로 현명하게 이 상황을 대처해보자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결국 예기치 못한 상황에 우발적으로 그에게 호소하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마음을 솔직히 털어내기보단, 지난 삼일절에 기분 좋게 술 한잔 하겠다는 그 사람의 잔을 뺏어 마셨습니다. 결국 술에 취해 너는 내가 신경 쓰이지 않느냐,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아느냐.. 하는 것으로 시작해 ‘너는 네가 노력한 것 두배 이상은 해야한다. 너같은 사람 만나 두배는 더 고통 받아라.’라며 헤어짐을 고했습니다. 돌아서 집에 오는 길, 이제 정말 아무도 없다는 두려움에 전화를 걸어 메달려도 보았지만.. 받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제 행동에 대해 사과를 했지만, 그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였고.. 저는 카톡으로나마 그간의 제 마음의 일부를 전했습니다. 이후 며칠 간의 시간을 가진 후 저희는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만나서도 자신은 제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없다, 네가 두배를 노력하라 했지만 그 이상 어떻게 노력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단호한 모습에 ‘이 사람은 나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그간 정리해온 제 생각을 전했습니다. 수술 이후 나는 온전한 적이 없었다. 괜찮지 않다. 당연했던 내 일상이 모두 당연하지않다. 너와 나는 서로 관계를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타이밍이 안 맞은 것 같다. 앞으로 우리가 헤어지던, 그렇지않던 우리는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돌아선 네 모습을 보고 노력할 자신이, 용기가 없다고요… 담배 하나 피우고 와도 되겠냐며 다녀온 그 사람… 우는 제 손을 잡고 거의 다 왔다며, 같이 해결할 문제라며 조금 더 같이 노력해보자고 말했습니다. 감정이 주체가 안되어 밖으로 나와 숨을 헐떡이며 우는데.. 무너지는 제 자신이 너무 안쓰럽고, 창피하고, 결국 다시 해보자는 그 말에 안도하는 제가.. 바보같고.. 겨우 진정이 되어 그 사람의 집으로 갔습니다. 가서 저희는 관계를 가졌고, 감기 증상이 심해져 저는 약을 먹고 잠들었습니다. 다음 날, 어이없게도 저는 코로나 자가키트 양성을 판정 받았고.. 오늘 확진자라는 메세지를 전달 받았네요.

다시 예전의 일상처럼 돌아와 잘 얘기를 나누다가.. 오늘 스트레스를 받아 술 한잔 하겠다는 그 사람 말에 그래라, 해놓고 마음이 안좋았습니다. 결국 술 한잔에 기분이 좋아져 제게 전화를 건 그에게 ‘네가 술을 마시는게 사실 기분이 좀 안 좋아’라고 말했고.. 그 사람은 결국 또 네 마음데로 내가 맞춰주지않아 그러는 것이냐, 자신은 일상도 즐길 수 없냐 하네요. 오해의 소지가 있다, 내 말은 네가 술을 마시면 전에 말했듯 내가 좋은 감정이 들지 않으니, 다음에 이야기하고 싶다는 뜻이였다 이야기하니..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알아듣냐 이야기 하네요.. 결국 화해?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마지막에 남자친구가 제게 ‘결국 인생은 혼자다.(평소에도 서로 과거에 아픔이 있어서, 그 결과로 이런 것을 느꼈다 이야기를 자주 했어요.) 네 마음이 건강해지면 결국 우리 관계도 건강해진다.’는 그 사람 말이 또 다시 제 마음에 비수를 꽂네요.

저는 현재 주 1회 심리상담을 받고 있고,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제일 친한 친구에게 제 상황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제가 이성적인 판단이 안되니, 저를 도와달라고요.) 운동도 천천히 시작했으나.. 코로나 때문에 다시 격리 되버렸네요.

전후 상황이 어떻든 결국 온전히 나를 받아들이는 것도, 나아가는 것도 나 자신. 너무나 공감하기에 적극적으로 그를 수용하고 변하려 노력하지만… 결국 지금 상황에서는 제 아픔과 자신의 아픔(제가 헤어지자고 이야기할때 말한 것)이 서로를 위해 독이라 말하는 그를 붙잡을 수 밖에 없네요. 제 마음이 아직은 괜찮지가 않거든요. 조금 더 이용하려고 해요.. 제가 몸도 마음도 다 나아, 스스로를 더 사랑하게 되면.. 그제서야 이 관계의 끝이 뚜렷히 보이게 되겠죠. 힘드네요. 이 상황에 온전히 저를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그리고 그 것이 그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더는 할 수 없다는 것이요 :)

어리석게도 저는 회복기간(수술 후 2주차 쯤)에 제 곁에 있는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와 또 한번 관계를 가졌습니다. 이번주가 지나면 재임신일까 우려되는 관계일로부터 3주차가 되네요. 코로나가 완치 된다면… 저는 병원에 가 또 다시 피검사를 받아 임신 여부를 확인 할 것이고… 음성이든, 양성이든 결과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개개인이 처한 상황과 이유가 모두 다르지만.. 우리 제발.. 스스로를 더 돌아봐요. 여러분은 부디 임신으로 인해 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스스로를 고립 시키지 않고 현명하게.. 자신을 위해 대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많이 안 좋네요. 저는 아직 저 보다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저와 같은 누군가가 저를 품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나봐요. 좋은 밤 되세요. 좋은 꿈 꿔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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