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톡

수술 후 일주일이 지나 자세한 후기 남깁니다.

4 년전
안녕하세요! 평소같으면 절대 이런 후기 글을 쓰지 않는 성격이지만
제가 그랬듯, 여기계신 모든 분들이 누구보다 무섭고 간절한 마음이리라 생각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없는 재주로 글 남깁니다...!

우선 저는 10월 13일 새벽 1시경 처음 임신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그전에 추가적인 설명을 더하자면, 저는 이 사실을 알게되기 전 1~2주간 정말 최악의 컨디션인 상태였습니다...생리주기가 불규칙한 편이었지만 적어도 40일주기 안쪽으로는 생리를 시작했었는데, 당시 이전 월경일로부터 43일가량? 지나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평소 PMS증상과 비슷한 정도의 가슴통증이 2주 가까이 계속 되고 있었고, 왜인지 모를 약간의 메쓰꺼움, 왕성한 식욕, 배가 더부룩한 느낌, 기운없음, 빈혈 등의 증상으로 인해 엄청 감정적인 상태였죠...
설마설마 했지만 '혹시 임신일까' 라는 불안감도 한 몫 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혹시나 임신이 아닐까 하는 염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원래는 그 다음주 즈음까지 생리를 하지 않으면 테스트기를 사용해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래 어짜피 아닐텐데...그냥 빨리 확인하고 빨리 정신차리자 라는 마음으로 테스트기를 구매했습니다.

처음엔 얼리테스트기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너무 선명한 두 줄을 확인했습니다. 너무 믿기지 않아서 한 1분정도는 그냥 멍만 때렸던 것 같아요.
잘못봤겠지, 테스트기가 잘못된거겠지, 아니 하다못해 지금 이상황이 꿈인줄만 알았습니다.

그렇게 내가 진짜 임신을 한거구나 깨닫고 잠시 호흡곤란도 왔었던 것 같습니다. 어이가 없어서, 진짜 내가 이렇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해서 눈물도 안나왔습니다.

그리고 잠시 고민했습니다...남자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릴지 아니면 혼자 조용히 병원에 다녀오고, 아무것도 모르게할지...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그럴 자신이 없어서 바로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했고, 남자친구는 생각보다 침착하게 날이 밝으면 바로 병원에 가자고 대응해주었습니다. 병원도 남자친구가 다 알아봐주었습니다. 아마 남자친구가 옆에 없었더라면 저는 하루하루를 지금보다 더 피폐한 상태로 보냈을 것 같습니다.

남자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린 후 테스트기를 한번 더 구매하여 확인해봤지만 결과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때쯤 되니 이젠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는지 더이상 아무렇지도 않더라구요. 근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려 했던것 같습니다.

그렇게 당일 오후4시정도에 예약을 잡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부인과에 갔습니다.

원장선생님과 진료 전에 간호사분께 따로 상담을 한번 더 해주셨는데 '테스트기 양성이 나왔습니다' 라는 제 말에 '아이고...'하며 한숨을 쉬셨던게 기억에 남네요.

의사선생님께서는 아주 친절하시지도 그렇다고 불친절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차라리 그런 미적지근한 반응이 오히려 나았던 것 같습니다.

자궁 초음파를 확인했고 선생님께서 '어짜피 주수는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어찌되었든 당장 수술 가능 할 정도의 크기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제게 직접 몇주 몇일이었는지 알려주시지는 않았고, 1.75cm정도의 크기와(초음파에 적혀있었음) 마지막 생리 이후 시기로 미루어보아 4~5주정도였을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아 그리고 추가적으로 우측 난소에 혹이 있다고도 하셨고, 임신과 관련해서 생긴것인지 아닌지는 추후에 다시 확인해봐야겠다고도 하셨습니다.

  그 후 30분? 정도 대기한 후에 바로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차가운 수술 침대에 누워 밝은 조명을 넋놓고 바라보며 혼자 다리를 벌리고 누워있는데, 수치스럽다는 생각도 들지않았습니다. 딱히 겁이 났던것도 아니었구요. 그냥 실감이 안났던 것 같아요. 그냥 나 스스로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수술중에 움직이는걸 방지하려고 팔 다리를 묶었는데, 팔을 묶으면서 간호사 선생님 한분이 배 많이 고프시죠? 수술 잘 받고 끝나면 꼭 맛있는거 먹어요  하셨습니다.(수술 전 4~6시간은 물도 드시면 안됩니다. 금식이니까 당일 수술 원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긴장한것 같아 보였는지 위로차원에서 해주신 말씀 같습니다. 썩 다정한 말이었지만 위로를 받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다정한 위로를 받을 만한 짓을 한게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요.
아 수술실이 굉장히 춥습니다. 상의는 환복하지않고 하의만 치마로 갈아입게되니 가능하면 두꺼운 상의 입고가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이걸 모르고 반팔 입고가서 고생 꽤 했습니다..

수술은 20분? 정도로 금방 끝났습니다.
어떻게 회복실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간호사분께서 제가 수술 도중 엄청 많이 움직였다고 말씀해주셨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습니다.

회복실에 들어오자마자 마취가 깼고, 더 자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던 참에 다행히 남자친구가 금방 와주어서 바로 원장님 뵙고 수술결과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제가 마취가 잘 안되었는지 수술도중에 움직임이 너무 심했고, 이때문에 제거해야할 것들은 제거했지만 잔여물을 빼내지 못한 상황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추가적으로 자궁 수축을 유발하는 약을 처방해주셨고 약 이틀간 약을 복용하였습니다.

사실 이것 때문에 저는 수술이 끝나고도 불안한 마음을 떨칠수가 없었습니다. 혹여나 수술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게다가 평소 생리하는 양 정도의 피가 나오는것이 맞다고 하셨는데 저는 피도 한방울 보이지 않았구요.(다행히 삼일째부터는 소량의 피가 보였습니다)
글로 다 쓰지도 못할 만큼 많은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수술이 제대로 안되었으면 어쩌지, 다시 수술을 받아야 하는걸까, 아니 그런걸 다 떠나서 그럼 나는 아직도 임신중인걸까... 뭐 대충 이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수술이 끝난 후에 오히려 더 힘들었던 것 같네요. 매일매일 악몽을 꾸었고, 매일매일 오만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수술에 대한 직접적인 통증은 아예 없었습니다만, 수술 당일부터 일주일정도 경미한 복통이 쭉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병원에 다녀왔고 선생님께서는 다행히 모두 깨끗하게 정리되었다고 하셨습니다. 난소에 보이던 혹도 임신과 관련하여 생긴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셨구요.

그렇게 수술한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조금 홀가분해져서 이렇게 후기를 남깁니다.
사실은 제가 홀가분해져도 되는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일로 인해 변하는 것들이 생길까 두려운게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아마 꽤 오랫동안 이런 불안에 시달릴 것 같아요.

그래도 이제 조금 살만해졌는지 내가 주제넘게 좋은 사람을 만났구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이 일을 계기로 저는 더욱 주의를 기울이려 합니다. 저에게도 제 남자친구에게도 이런 일을 또 겪게 하고싶지는 않으니까요


이 글을 읽고계신 분들중에는 이제 막 임신사실을 알게되신 분들, 수술을 받은지 몇일 되지 않은 분들이 많겠죠

잘 될거에요!
너무 많은 생각들, 죄책감들은 잠시만 묻어두고
지금 당장은 나 하나만 생각하는게 스스로에게 좋습니다.
이기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게 해야만 견딜 수 있는 상황이니까요.

묻어둔 생각들은 나중에 이 일이 끝나고 나면 다시 하나하나 풀어보도록 해요.

쓰고보니 참 두서없는 글이지만, 제 별거없는 경험과 심심한 위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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