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톡

[서울] 당장 오늘 오전 11시 소파술 후기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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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년전
어제 생리 예정+3일차인데 기미도 안 보여서 저녁때 테스트 했고, 두 줄 떴어요.
다행히 원래 다니던 산부인과가 주말 진료 가능한 곳이라 아침에 눈 뜨자마자 남친 손 잡고 오픈 진료 받으러 갔습니다.
초음파 찍고 임신 5주차인거 확인했고 수술 동의서 함께 작성하며 유착 방지제 옵션 붙여서 계산했습니다. 다행히 어제 저녁 결과 확인하고서 혹시나 싶어 밤부터 절대 금식 유지했어서 당일 수술 가능했습니다. 저희가 허둥대느라 현금을 못 챙겨가서 저는 대기하고 남친이 따로 현금을 뽑아왔어요.
11시쯤 회복실 안내 받고 의복 환복, 액세서리 정리하고 수술실로 갔더니 말로만 듣던 굴욕 의자가 있더라구요.
팔과 다리를 다 묶으셨는데 실제로 수술 받는 동안 아파서 몸을 움직이게 되니까 그런거였어요. 수면마취로 진행한다고 하셨었는데 희한하게도 저는 잠든 기억이 없는데 끝물 무렵에 정신이 들어 계속 아파요 아파요 하며 수술을 마쳤습니다. 자궁을 누가 계속 찌르는 느낌이었어요. ㅠㅠ
소요 시간은 체감 10분 정도로 아주 짧았습니다. 굴욕 의자에 처음부터 깔아두셨던 패드를 그대로 감싸 속옷 착용했고 회복실로 이동했습니다. 복통도 조금 있고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지금 당장은 가면 안된다며 회복실에서 1시간 30분 가량 링거 맞은 후 오후 1시경 남자친구와 함께 퇴원했습니다. 오늘은 계속 쉬는게 좋다고 하셔서 원래 꽃구경 가려던 것도 미루고 집에서 계속 쉬려구요..
사실 아직도 기분이 좀 얼떨떨해요. 하루 반나절만에 이게 이렇게 쉽네 싶기도 하고 쉬워도 되나 싶기도 하고 남자친구 붙잡고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고 수술 잘 받고 퇴원 다 했는데 정작 함께 집에 들어오니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구요. 너무 긴 밤이었어요. 어제 저녁부터 지옥을 다녀온 기분이지만 남친이랑 서로 미안하다고 수고했다고 다독거렸습니다. 그래도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은 이 느낌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시간 지나면 나아지겠죠. 방금 화장실 가면서 굴욕 의자 패드 버리려고 보니 생리 끝물처럼 갈색 혈이 살짝 묻은 정도였습니다. 4-6주 정도 계속 잔혈이 나올 수 있다 하니 지켜봐야겠어요. 규칙적인 생리가 이렇게 재빠르게 저를 살리기도 하네요. 다른 분들도 두 줄 보고 겁먹지 마시고 얼른 주변 산부인과부터 찾아보세요. 성인이라면 법적 보호자 아니어도 수술 동의서 작성할 수 있습니다. 다들 자기 몸 아끼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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