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주) 9주 3일 오늘 수술 후기 (김)
+ 댓글이 많아서 병원정보는 쪽지 주시면 알려드릴게요!!
저는 9일 목요일에 임신 사실을 알았어요. 아침에 임테기에 두줄이 떠서 바로 오후에 병원을 갔는데
배 초음파로 아기집 보여주시고 아기 심장소리도 들려주시더라구요. 8주 2일이라고...
피임도 잘 해왔다고 생각해서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남자친구와 저 둘다 아이를 케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준비가 너무 안 되어있다고 생각해서 많은 고민 끝에 중절을 하기로 결정했어요.
목요일에는 그냥 당황스러운 마음과 무섭고 막막한 마음에 어떡하지, 큰일났다 하면서 하루종일 인터넷으로 정보만 찾아봤던 것 같아요.
다음날 금요일에는 아기 형태와 심장소리가 계속 떠오르면서 죄책감에 너무 힘들었어요..
나에게 찾아와 준 소중한 생명이 내가 용기가 없고 능력이 없어서 사라지는구나, 이게 맞는걸까 싶어서 너무 미안하고 시도때도 없이 눈물이 나더라구요.
아무것도 모르는 부모님 앞에서는 평소처럼 웃고 대화하고 하는 제 자신이 싫기도 했어요.
그 때 토닥톡에서 같은 상황인 분들의 후기와 위로글을 보고 힘을 많이 얻었고,
남자친구가 해준 나중에 아기가 다시 찾아와줄거라는 말을 듣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어요.
나에게 다시 와준다면 열배 백배로 잘해주고 모두에게 축하받으며 태어나서 행복하게 살게 해주겠다고 수십번 혼자 다짐하면서요.
그러다 오늘 수술하러 병원에 다녀왔어요.
토닥에 병원 추천해달라고 글도 올렸었는데, 많은 분들이 추천한 곳은 일요일에는 휴무더라구요.
사정상 수술할 시간이 일요일밖에 없어서 되는 곳으로 찾아보다가 인터넷에서 보고 바로 예약해서 다녀왔어요.
가자마자 질 초음파로 정확한 주수를 확인했는데, 9주 3일이 나왔어요.
배 초음파로 보면 아기집이 좀더 작게 보일수도 있다고 하셔서 오차가 좀 있었나 봐요.
3일 사이에 팔 형태도 생겨있는 걸 보는데 눈물 참느라 혼났네요,,
진통제 먼저 먹고 질 내부 소독과 입구를 부드럽게 해주는? 약을 넣었어요.
평소에 질염이 좀 심해서 자주 해봤는데도 소독하는 게 제일 힘들긴 했어요..
그리고 링겔 맞으면서 삼사십분 누워있다가 수술하러 들어갔어요.
진료보던 굴욕의자에 누워서 팔다리는 따로 묶지 않았고, 상체는 담요 덮어주셨어요.
마취제 들어간다고 심호흡하라 하시는데 두번째 들이쉴때부터 약냄새 같은게 느껴지더니
세번째 호흡부터는 기억이 없고 눈 떠보니 회복실에 누워있더라구요.
간호사 쌤이 마취 잘 듣는 환자로는 여태까지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고 하셨어요ㅋㅋㅋ
회복실에서 자궁수축제랑 영양제 맞으면서 돌침대에서 따뜻하게 한시간정도 누워있다 나왔어요!
안에 출혈 때문에 탐폰처럼 실 달린 솜뭉치를 넣어두셨는데 몇시간 뒤에 혼자 빼려는 게 좀 고역이었어요.
알 낳는 느낌..? 수술 후 통증은 제가 원래 생리통이 좀 있는 편이라 참을만 했어요. 지금도 처방해주신 진통제 안 먹고도 버틸만하네요!
총 2시간 정도 걸렸고, 사실 후기없이 일요일 날짜 맞춰서 예약하게 된 병원이어서 걱정도 좀 있었는데 끝나고 난 지금은 너무너무 만족해요!!
예약 전 카톡으로 상담할 때도 중절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라고,
수술선생님도 몇십년간 경험이 정말 많으시니 걱정말라고 하셔서 믿고 갔는데 정말이었습니다,,
외관은 좀 오래되어 보였는데, 내부는 깔끔하고 좋더라구요!
여자간호사님과 수술하시는 약간 나이드신 남자의사분 이렇게 계셨는데,
두분 다 너무너무 친절하시고 진짜 자식같이 따뜻하게 잘 해주셨어요.
설명같은 건 여자선생님이 다 해주셔서 남자쌤이라 불편하고 이런 건 없었어요.
제가 진짜 쫄보라 수술 전에 뭐 할때마다 이거 아파요? 물어보고 중간에 마취 깨는거 아니냐고 걱정할 때도 잘 안심시켜 주셨고,
후에 회복실에 있을 때도 두분이서 계속 상태 체크해주시고 고생했다고 해주셔서 오히려 위로받고 온 기분이었어요.
비용은 9주 기준 75만원(유착방지제,수축제,영양제 다 포함)에 일요일,공휴일은 10만원 추가라 85만원으로 하고 왔어요.
가격적으로나 실력적으로나 정말 추천합니다!! 수술도 오늘 저 포함 4팀 있었고 약간 아는 사람들만 아는 맛집 느낌..?
끝나고 나니까 후련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죄책감은 남아있겠지만 적당히 묻어두고 많이 우울해하지는 않으려구요.
별거 아니라고 잘 하고 오라고 다독여주신 여기 토닥분들도 너무 감사합니다ㅎㅎ
다들 앞으로는 행복한 일들만 있기를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