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구) 6주차, 덕분에 수술 잘 받고 왔어요
언제나 피임 철저하게 했었고... 20대 다 끝나가는 마당에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심지어 저는 낙태죄 폐지, 비범죄화 운동때 정말 열심히 참여하고 활동하고 그랬었어요.
NGO일하면서 다른, 곤경에 처한 여자들한테 상담이나 방법 주선해준 적도 많고.
당시엔 내 일이 아니었어도 모든 주변의 일이고, 언제고 내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라고만 생각했는데..
사람 일은 정말 모르네요. 테스터기 확인하자마자 '그래도 2021년이어서 정말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어요..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저한테 닥치니까 그래도 많이 어렵고 혼란스러웠네요.
백신 1차때 부작용으로 생리불순이 있었고, 이번에도 2차 부작용이거니 했는데..
일터에서 하는 육체노동이 너무 힘들어서 끊었던 담배랑 술까지 많이 먹고. 건강땜에 복용하는 약도 많았고.
근데 일땜에 힘든 게 아니라 임신 증상이었던 거에요...
다행히 빨리 테스트 했고, 처음 방문해서 초음파 찍은 병원에서 5주차 확인했어요.
너무 축하한다고 묻지도 않은 출산예상일까지 줄줄 말해주는 상냥한 의사 앞에서
죄송한데 지금 이러저러한 상황 때문에 아이의 건강 상태가 염려된다. 저는 임신중단도 고려할 수 있다. 말하자마자
의사 표정 싹 바뀌면서 저한테 성질내고 자기한테 질문하지 마라고. 됐다고 하더군요
(수정된 상태나 건강 현황에 대해 물어도 성질..)
오열하면서 나와서 다른 병원 찾았어요. 토닥에서도 많은 도움 받았네요.
약물도 찾아봤고 실제로 해외 단체 통해 구하기도 했는데
(식약처는... 도대체 왜 2년째 허가를 안 내주는 걸까요...)
코로나 때문에 배송 오는 기간도 맘에 걸리고, 혼자 약물적 처치를 시도하면
만약의 경우 의료시스템의 도움을 하나도 못 받는다는 게.. 리스크를 온전히 내가 진다는 게 무서워서 결국 그냥 병원으로 갔어요.
60~130부터 다양했는데 그냥 제일 크고 유명한 체인점식 병원에서 했어요.
85만원이었구요
전체적 느낌은 '능숙하지만 세심하진 않다'였네요. 너무나 공장같은 느낌이라..
가뜩이나 심리적 부담이 큰 수술인데, 별로 좋지는 않았어요.
수술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도 없고, 그냥 빨리빨리 해치우는 듯한.
저는 만약의 경우 기록 남아도 되니까 의료보험 적용이 가능한지도 물었는데,
그냥 무조건 현금박치기에 기록 안남기는 것만 가능하더라구요.
더 이상 불법이 아니라고 해도 아직 가이드라인이 있지는 않은가봐요.
아직도 무조건 '자연유산 후 처치'로만 처리된다는 게... 좀 어이가 없었네요.
수술 직전이 제일 무섭고 아팠어요. 팔다리 묶고 의사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수술부위에 덮어주지도 않고 추운 데 그냥 발가벗겨져있는 게 제일 무서웠고. 소독한다고 뭘 자꾸 우겨넣는데
마취 없이 뭔가 아주 둔중하고 아팠고, 너무 아파하니까 그제야 마취 시작해주더라구요
그 뒤는 그냥 정신차리니까 회복실이었어요.
원래도 마취에 약한 편인데.. 보호자 말에 의하면 직후에 너무 아파하고 추워했다고 하더라구요.
엄청 울었고. 억울했는지 오열하면서 '의사가..수술.. 아니 어떻게.. 하는지.. 방식도 말 안해주고..
아니.. 환자한테 설명을..' 어쩌구 횡설수설했대요. (그제서야 옆에 간호사가 흡입식이었다고 알려줌..)
한참을 덜덜 떨고 수술부위 찌르는 느낌이랑 불쾌한 둔통? 같은 거에 아파했는데 한 15분 지나면서부터 서서히 정신들고 아픔도 가시더군요
그 뒤엔 멀쩡했는데 너무 춥고 기운은 없고 이래서.. 한시간쯤 더 누워있다가 걸어나와서 잘 먹고 잘 쉬었어요.
피가 수술당일저녁 빼고는 거의 안 나오는데
이거 안심할 게 아니라 피고임? 인가 싶어서 좀 겁나긴 하네요.
아무렇지 않은듯 이렇게 후기 적고 있지만 그동안 수없이 많은 개인적 고민과 고통, 슬픔이 있었고
죄책감 가지지 않으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내게 주어지는, 세상에서 안겨주는 죄책감이 너무 크고..
다들 공감하실거라 생각해요.
그러나 후회는 없고, 앞으로도 후회하지 않으려 합니다.
나를 위해서 가능한 선택 중에 가장 후회하지 않을 것을 택했고,
적어도 나는 나를 비난하지 않고 긍정하는 게 스스로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요
스무살, 20대 초반, 멀게도 아니고 당장 몇년전이었다면 정말 끝도 없이 막막했겠구나..
그대로 낳고 다른 인생으로 살았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면 아찔하고 심란해요
앞으로도 같은 아픔, 같은 고민 안고 있는 이들이 굳이 더 힘들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맘으로 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