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하신 분들의 이후의 삶이 궁금합니다..

illiliil
3 년전
안녕하세요. 저는 임신중절수술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남자친구는 저보다 5살 많은 직장인이고, 남자친구가 전부 수술 비용을 대주기로 한 상황입니다. 사실 만난지 4개월 밖에 안 되었고, 크게 싸우고 나서 잠수탄 전적도 있어서 전 이 사람과의 연애를 하루 빨리 끊어내고 싶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피임이라도 안 했다면 제 탓을 했겠지만, 콘돔이 찢어진 탓이 사후피임약까지 빨리 먹고 발버둥 쳤는데 임신이 됐네요..

현재 남친은 말만 번지르르하지 제가 감정적으로 이야기가 나가는 것을 전혀 이해해주지 못합니다. 솔직히 앞으로 살게될 삶이 두려웠고, 이 불안함을 해소하고 싶어서 전화기를 붙들고 있습니다만... 남자친구는 나도 힘들다, 넌 너무 내 탓을 하는 것 같다, 이런 말로 받아치고 전 거기에 또 사과하고 그렇게 울며불며 통화하다 잠드는 것이 일상입니다...

정리를 고민했던 관계입니다.. 남자친구가 악한 사람은 아니지만, 많이 소심하고 든든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일로 인해 어느새 발목이 잡혀버린 것 같습니다. 친구들에게 의지하고 싶지만 절대 말하지 못합니다. 부모님께라도 의지하고 싶지만 질타로 돌아올까 두렵습니다. 왜 아직 만난지도 얼마 안 된 남자랑 했냐느니 뭘 믿고 등등의 말... 보수적인 부모님의 입에서 나올 게 뻔합니다.


수술하신 분들의 이후의 삶이 궁금해졌습니다. 이 사실을 안고도 새로운 연애를 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에게 평생을 숨기고 싶지 않습니다.. 앞으로 친구들과 이전의 평범한 삶을 다시 누릴 수 있을까요? 지금 남친과의 관계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 것일까요? 앞으로 있어서 저의 자궁이나 다른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요..?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다시 행복할 수 있을지가 너무 두렵습니다. 좋은 이야기, 씁쓸한 이야기 전부 좋습니다. 그냥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제 앞으로의 삶이 참 두렵습니다.

그리고 그냥 함께 한탄하고 싶었습니다. 전 제가 이런 경험을 하기 전부터도 임신중절 수술에 적극 찬성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전공 특성상 임신중절, 뇌사판정 등 윤리적이ㄴ 문제로 토론할 일이 많았는데, 전 늘 찬성 입장을 적극 지지해왔습니다. 왜 세상에 임신중절 수술을 향한 부정적 시선이 이리도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성관계를 즐기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피임에 실패할 확률까지 감수하라고 하지만 그럼 누가 혼전에, 계획전에 성관계를 합니까? 너무 보수적인 시선이라 봅니다.. 인간의 윤택한 삶을 위해 고통도 느끼고 생존 의지도 강한 동물들의 유전자는 그렇게도 개량하고 괴롭혀대면서, 아직 뇌나 심장도 제대로 발달 안 한 존재를 위해 한 여성의 삶을 포기하라는 건 말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로지 사람으로 발전할 '가능성' 때문이라면, 세상 모든 사람은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모두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하는지.. 전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미국 법원의 최근 결정도 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제가 당사자라서 더 강하게 합리화하는 걸 수도 있지만... 전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이유가 무엇이든 전 모두의 선택을 지지하고 싶습니다. 모두 수술 이후 죄책감과 우울함에서 해방되고 행복만 하시길 너무나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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