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하고 후회할 수도 있을까요

허이
4 년전
한달 전 남자친구 어머니가 꾸신 꿈을 남자친구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남자친구 가족들이 바다 근처 시골에 새 집을 짓고 다 지엇다며 뿌듯해 하던
순간 바닷물이 새집에 들어와 가구가 젖어서 어쩔 줄 몰라하며 깼다..
그러면서 어머님은 남자친구 보고 무슨일 있는 거냐 조심하라 하셨습니다.
이 얘기를 들었을 때 남자친구와 저 둘 다 쎄했지만 알고보니 태몽이네요..

지난주 12/9(목)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약 5-6주)
너무 무섭고 눈물만 났습니다. 이 모든걸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왜 피임을 제대로 안 했을까.. 남자친구에게 저녁에 사실을 알리고
주말에 같이 병원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12/11(토) 병원에 가서
아기집 확인하고 수술 상담받고 나왔습니다. (검사비용 66,000원)
초음파 사진을 보고 남자친구와 계속 울었어요.

예전의 저는 혹시라도 피임에 실패하면 무조건 지울 거라 말했고 비혼 비출산을 외치던 사람이었습니다. 근데 막상 초음파 사진 확인하니까 지울 용기가 사라지더라구요.. 사실 마음이 계속 왔다갔다 합니다. 임신 증상인줄도 모르고 타이레놀, 이지엔식스이브를 먹었고 장염인줄 알고 병원가서 엑스레이 찍고 처방받은 약을 3일 이상 복용했습니다. 만약에 아기가 태어나더라도 제가 먹은 약 때문에 기형으로 태어날까 하는 두려움, 낙태한 뒤 오는 죄책감, 그럼에도 낳기 힘든 무능한 제 현실.. 며칠이 지나도 결정을 못내리겠습니다..
입덧으로 밥도 제대로 못먹고 매일 울기만 하네요. 제 성격 자체가 뒤를 많이 보는 편이라 후회가 많은 사람입니다. 낙태를 하고 후회를 할 수도.. 낳고 후회할 수도.. 좀 더 쉬운 방법을 택하려는 제 자신이 너무 역겹습니다. 남자친구도 계속 울면서 저한테 미안하단 말만 하는데 사실 전 아기한테 가장 미안합니다.

수술 전에 검사를 받아야해서 오늘 아침 검사받고 수술비용90만원 중
30만원 현금 결제하고 왔습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지우기로 했는데
또 아침이 되면 아기가 보고싶고 미안하고.. 다시 저녁이 되면 도저히 키울 수
없는 형편이라 수술해야겠다 생각하고.. 병원에선 얼른 결정하라 말해서 3일 뒤 목요일에 하기로 했습니다.

남자친구는 계속 저에게 미안하다고 울고 저는 아기한테 미안해서 울고..
저희 현실을 생각하면 남자친구 생각이 맞는거 압니다..
그래서 정말 지울 생각으로 병원가서 검사 받고 일부 비용도 냈습니다.
근데 정이 생기는 걸까요. 시간이 갈수록 아기한테 마음이 너무 갑니다..
초음파 사진 처음 본날 눈물만 흘러 하늘을 보는데 햇살이 참 예뻤어요..

혹시 저처럼 마음이 왔다갔다 하는 분들 중 수술하신 분들은
현재 어떤 마음이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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